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골프 전설 '벤 호건'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골프 전설 '벤 호건'
  • 김태연
  • 승인 2021.11.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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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역사를 빛낸 전설 중 한 명인 벤 호건!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만 9승을 하며 통산 64승을 기록했고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골프 역사에서 위대했던 전설로 꼽는 선수는 많다. PGA 투어 통산 82승으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역대 다승 1위에 등극해 있는 샘 스니드(미국)를 필두로 아놀드 파머(미국·62승), 바이런 넬슨(미국·52승), 빌리 캐스퍼(미국·51승), 월터 하겐(미국·45승) 외에도 많은 선수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故 연덕춘, 故 구옥희 등을 비롯해 많은 1세대 골프 선수들은 이미 골프 역사의 뒤안길로 자리를 잡았다. 

타이거 우즈와 같은 걸출한 선수가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탁월한 실력의 선수들이 여러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벌이게 된다. 1950년대에는 샘 스니드, 바이런 넬슨과 벤 호건이 치열하게 우승을 다투었으며 1960년대에는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미국·73승), 게리 플레이어(남아공·24승) 등이 활약했다. 이 중에서 오늘 주목해 볼 선수는 1965년 가장 위대한 골퍼로 선정된 벤 호건이다.

 

역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5인 중 1인

 

벤 호건은 타이거 우즈와 닮은 점이 있다. 지난 2월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산산조각이 나서 현재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타이거 우즈는 다시 필드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매일 치료와 재활을 통해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벤 호건도 1949년 다리를 건너다가 마주 오던 버스와 정면충돌하여 쇄골, 갈비뼈, 골반, 발목이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부인을 보호하려고 몸을 날렸기 때문에 그의 아내는 경상에 그쳤지만 정작 본인은 평생 혈행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며 선수 생활도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금과 같은 첨단 의료기술도 없었던 시기였으므로 선수 생명으로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벤 호건은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하여 1년 후 US 오픈에 참가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메이저 대회에서만 9승을 하며 통산 64승을 기록했고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PGA 역사를 통틀어 진 사라젠(미국·39승),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외에는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록이며 그가 선수로 활동했던 22년 중에서도 특히 후반기 집중된 그의 기록은 더욱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 

 

벤 호건 스윙의 비밀

 

벤 호건의 저서인 ‘다섯 가지 레슨(Five Lessons)’을 보면 스윙 메카닉스가 그의 성공 비결이라고 언급되어 있지만 정작 이 책을 읽어본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일관된 스윙 비결은 이 책에는 나타나 있지 않으며 말하지 않은 그만의 비법이 어딘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지금도 많은 골프 선수들은 그의 스윙을 따라 하고 있으며 슬로모션으로 벤 호건의 샷을 분석하면 임팩트 후에도 오른손 바닥이 티샷 방향으로 좀 더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왼손잡이였던 그가 오른손잡이로 샷을 하면서 원래 오른손 골퍼들이 느낄 수 없는 양손의 균형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US 오픈과의 특별한 인연

 

‘스윙 교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벤 호건이었지만 데뷔한 이후 9년 동안은 단 한 차례의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더구나 9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지만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군에 복무하게 되면서 아쉽게도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야간 근무를 하던 군대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스윙 연습을 했던 벤 호건은 제대 이후 달라진 스윙으로 4년 동안 PGA 챔피언십, US 오픈 등에서 우승하며 30승을 넘게 기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49년의 교통사고로 더 이상의 대회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압박붕대를 감고 참가한 1950년 US 오픈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194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대회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이 대회 연장전은 스포츠 역사에 서 오래도록 회자되는 경기였다. US 오픈은 벤 호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대회이다. 이후에도 이 대회에서 승수를 추가해 US 오픈에서만 4승을 올린다.

 

다섯 가지 레슨에 추가되어야 하는 ‘집중’

 

벤 호건의 저서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는 연습과 집중을 항상 강조했다. 그가 거둔 통산 64승의 우승 중에서 33세가 넘어 달성한 우승이 50승이다. 이른바 대기만성의 표본이라 불릴 수 있는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는, 대형 사고 이후에도 마스터스 대회, 디 오픈 등에서 우승하며 노력이 주는 결실을 몸소 보여주었다.

벤 호건의 명언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갤러리가 알아챈다.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게 된다.' 

과거에는 골프장에 지금과 같은 나이트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해가 지면 골프 연습을 할 수 없는 것이 제일 안타까웠다는 그는 수백 수천 번 같은 동작을 매일 연습하면서 자신만의 스윙을 완성했다. 

그는 오히려 20대에 우승 경험이 없었던 것은 경쟁하는 선수들과 갤러리를 의식하면서 정작 본인만의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고백을 하기도 했으며, 많은 변수가 도사리는 필드에서는 코스 매니지먼트도 중요하지만, 샷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살 때 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와 같은 기억으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는 아버지의 후광이나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못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사고 등의 개인사를 꾸준한 연습과 집중으로 극복해낸 그이기에 PGA 투어 통산 64승이라는 대기록은 더욱 가치를 발한다.

 

 

GJ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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