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캐디협회 추진… 캐디 위한 목소리 낼까
대한캐디협회 추진… 캐디 위한 목소리 낼까
  • 김상현
  • 승인 2021.09.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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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캐디협회(가칭) 설립 계획이 화제다. 캐디의 권익 보호와 서비스 향상을 위한 등급제 도입 등을 목표로 협회 설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과연 협회가 무사히 창설될지, 나아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대한캐디협회 설립 취지

 

대한캐디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미 대한캐디협회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전문직인 캐디들이 골프장 측이나 골퍼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받고 캐디의 질적 향상과 골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대한캐디협회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또 협회 차원에서 캐디 등급제를 도입함으로써 서비스를 향상하고, 캐디 친목 도모를 위한 골프 대회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김영미 위원장 외에도 업계 전문가로 꼽히는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 한국골프대학 정경조 교수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캐디는 자신들을 위한 협회를 가질 만한 자격이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작년 전국 캐디 수는 3만 1,840명으로 집계됐다. 캐디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연봉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캐디피 인상과 골프장 이용객 수 증가 등의 호재에 힘입어 인원도, 수익도 높아진 것이다.

 

캐디들의 애환

 

하지만 캐디가 인원수도 많고, 업계에 크게 이바지하는 업종임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자격을 갖춘 캐디는 분명 전문 지식을 갖춘 안내자로 대우받을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이나 골퍼가 캐디를 단순 고용직이나 클럽 챙겨주는 사람 등으로 낮잡아 보고 있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이 때문에 캐디가 당하는 온갖 ‘진상’과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적인 ‘갑질’은 차라리 애교이며, 필설로 옮기기 부끄러운 성적 행동을 당했다는 증언도 드물지 않다. 사회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인사들이 캐디를 상대로 갑질을 하거나 성범죄를 저질러 망신을 당하는 사건이 몇 차례나 있었음에도 이 문제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부 ‘진상 골퍼’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캐디의 고용 역시 불안정하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최근에도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캐디는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 택배 기사 등과 같은 ‘특수고용직’에 포함되어 있다. 직접적으로 골프장에 고용된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다. 캐디 개개인이 개인사업자로 골프장과 계약을 맺고 건당 13만~15만원의 캐디피를 받으며 근무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캐디는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캐디의 특수고용직 근로자 소득신고가 의무화되는 등 개선 방안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골프장들이 캐디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신입 캐디를 양성하기보다는 경력직 스카웃에 더 관심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또 캐디 이직을 막기 위해 캐디피를 올리는 추세인데, 이 때문에 골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결국, 캐디를 향한 대우 개선은 물론, 관련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고, 이에 협회를 창설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게 대한캐디협회 측이 내세운 명분이라 할 수 있다.

 

캐디협회 창설의 긍정적 의미

 

캐디협회 창설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캐디의 규모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캐디라는 직종을 대표하여 목소리를 낼 조직은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 ‘갑’의 입장에서 조직력까지 갖춘 골프장을 상대로 캐디가 불리한 ‘을’의 입장에 있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캐디의 특수한 고용구조 때문에 노조 설립 등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캐디협회 창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캐디협회 창설에 업계 전문가들이 합류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골프 업계의 전문가이며 예전부터 캐디에 대한 정당한 대우 및 안정적인 직업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캐디 문제에 대해서도 정통한 인물이다. 정경조 한국골프대학 교수도 골프 관련 저서를 여러 권 출간하는 등 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이 정도면 캐디협회를 향한 첫 번째 단추는 잘 끼워졌다고 볼 수 있다.

 

캐디협회 무사히 창설될 수 있을까?

 

물론 캐디협회가 무사히 만들어질지, 이후 협회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골프 업계에서 캐디협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행동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골프장 등이 캐디협회의 창설을 지지하거나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캐디협회로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골프장 등에서 캐디협회의 존재를 반기지 않고 무시하거나 견제할 수도 있다. 캐디의 권리 향상이 골프장이나 타 업체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캐디를 위한 협회가 만들어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캐디가 골프 업계의 한 축임에도 그동안 캐디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조직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3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캐디들이 자신을 대표해 권리를 주장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조직 하나 정도는 가질 필요가 있고, 캐디협회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새로 창설될 협회가 대한민국 캐디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먼저 협회 창설에 성공해야 한다. 나아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작지 않으니만큼, 위기관리 능력과 실무 능력도 갖출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 캐디 협회가 무사히 창설될 수 있을지, 창설된다면 이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GJ

 

 

By  김상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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