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의 작은 거인, 골프티
골프장의 작은 거인, 골프티
  • 김태연
  • 승인 2021.08.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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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티는 길어야 10cm를 넘지 않을 만큼 작고 가벼우며 나아가 하찮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은 막대기는 골퍼의 필수품이며 백 년이 넘는 역사의 산물이다.

 

가장 작은, 골퍼 도우미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 가장 작은 물건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골프티(golf tee)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골프티는 길어야 10cm를 넘지 않을 만큼 작고 가벼우며 나아가 하찮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골프티는 결코 하찮은 물건이 아니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골퍼의 동반자로서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샌드티의 등장

 

골프티는 현대 골프 역사의 끝자락에 위치한다고 평가된다. 현대 골프공, 골프클럽, 골프 규칙, 골프장보다 골프티의 등장이 더 늦었기 때문이다. 골프티가 발명되기 전에는 클럽이나 신발로 잔디밭을 파 적당히 골프공을 놓을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서 스윙을 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골퍼도 있다. 대회에서도 손수 땅을 파 골프공을 놓고 스윙하는 것으로 유명한 로라 데이비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골프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직접 땅을 파 골프공을 놓을 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샌드티(sand tee)가 등장했다. 샌드티는 문자 그대로 모래(sand)를 이용해 만든 티로서 골퍼가 미리 마련된 젖은 모래로 골프공을 올려놓을 자리를 만들고, 이후 스윙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20세기 초까지 널리 쓰였지만, 샌드티 역시 번거로운 건 물론 위생상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골프티

 

오늘날 널리 쓰이는 골프티는 1889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월리엄 블록섬’과 ‘아서 더글러스’ 두 사람이 세계 최초의 골프티 특허를 냈고, 이 두 사람은 현대 골프티 발명가로서 골프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때 등장한 골프티는 현재 대세인 ‘지면에 꽂는 방식’이 아니었다. 이때 출원된 특허 내용을 보면 넓은 받침대 위에 세 개의 작은 다리가 부착되어 있고, 다리 위에 골프공이 얹힌 그림을 볼 수 있다. 티를 지면에 꽂아 고정하는 게 아니라 받침대 위에 공을 얹는 형식이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지면에 꽂는 방식의 골프티는 1892년 퍼시 엘리스가 처음 특허를 냈다. 한쪽은 끝이 날카로운 못 형태로, 반대쪽에는 골프공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를 단 이 제품은 이미 오늘날의 골프티와 큰 차이가 없었다. 

 

골프티 수난기

 

이후에도 꾸준히 개선되며 다양한 특허가 출원되고 제품들이 출시되었지만, ‘지면에 꽂는다’라는 개념과 ‘받침대 위에 공을 얹는다’라는 개념은 백 년 넘게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골프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시장에서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대부분의 골퍼는 샌드티 방식에 익숙했고, 이를 전통으로 여겼다. 때문에 골프티는 기존의 전통에 어긋난 것으로 취급받았으며, 한동안 외면당했다. 

 

로웰의 레디티

 

골프티가 샌드티를 누르고 업계의 대세가 된 것은 1920년대 이후의 일이다. 발명가이자 치과 의사였던 월리엄 로웰이 레디티(Reddy tee)라 불리는 티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녹색으로 만들어졌지만 이후 붉은색으로 만들어져 필드에서도 눈에 잘 띄었고, 바닥에 꽂기 쉽게 한쪽 끝은 뾰족하게, 반대편은 골프공을 올리기 쉽게 반구형으로 오목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판매되는 골프티와 비교해도 재질이나 디자인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월리엄 로웰은 뛰어난 제품을 만든 것은 물론, 골프티로 별 재미를 못 본 전임자들과는 달리 마케팅에도 능숙했다. 그는 20세기 초 최정상급 프로 골퍼였던 ‘월터 하겐’과 ‘조 커크우드’를 고용해 적극적으로 골프티를 사용하게 하고 이를 이용해 제품을 홍보한 끝에 골프티를 대세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대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골프티 관련 규정

 

현재 골프티는 대부분의 골퍼가 애용하는 필수품 중 하나로 통한다. 그래서 골프 규정에서도 티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골프티의 최대 길이는 4인치를 넘지 않아야 하며, 경기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거나 제조되면 안 된다. 이러한 규정 외에는 재질이나 길이, 모양에 큰 제한을 두지 않기에 다양한 재질과 길이로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환경오염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몇몇 골프장에서는 플라스틱 재질은 제한을 두거나 금지하고 있다.

 

재질과 길이에 따른 차이

 

그렇다면 골프티는 어떤 재질, 그리고 어떤 길이가 좋을까? 이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다. 재질과 길이에 따라 각각 특징과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들은 나무를 선호한다. 저항이 적고 클럽 페이스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을 때 티가 버티는 것보다는 부러지는 게 클럽에 가하는 충격이나 경기력에 영향이 적고, 이는 나무가 아닌 재질은 흉내 내기 힘든 장점이다. 달리 말하면 나무티는 플라스틱이나 우레탄보다 내구도가 약하다. 

플라스틱은 나무와는 반대로 강한 내구도가 강점이며 가격도 저렴하지만 높은 저항과 페이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우레탄은 내구도도 강하고 유연한 재질 특성상 페이스에도 악영향을 덜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티의 길이도 중요하다. 티가 길수록 공이 높은 곳에 놓이고, 이 높이에 따라 탄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골프공이 높은 곳에 있을수록 탄도 역시 높아지고, 낮아지면 그 반대다. 따라서 본인의 클럽이나 스윙 스타일과 잘 맞는 티의 높이를 찾을 필요가 있다. 적절한 길이의 티를 쓰면 본인의 클럽 및 스윙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적절하지 못한 높이는 나쁜 방향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단점을 극대화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골프티는 골프장에서 가장 작은 물건 중 하나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길어야 4인치를 넘지 않는 이 자그마한 막대기는 대부분의 골퍼에게 있어 필수품이며, 백 년이 넘는 역사 동안 쌓인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골프장의 ‘작은 거인’인 것이다. GJ

 

 

By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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