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 가격 결정의 비밀
골프클럽 가격 결정의 비밀
  • 김상현
  • 승인 2021.08.24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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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클럽은 골프라는 스포츠가 사회 고위층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물론이고, 골프 대중화가 이루어진 지금도 여전히 비싼 물건 취급을 받고 있다. 대체 왜 골프클럽은 비싼 경우가 많을까. 비싼 골프클럽의 이미지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모든 골프클럽은 비싸다?

 

골프클럽은 비싸다. 이 말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사회 고위층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물론이고, 골프 대중화가 이루어진 지금도 여전히 골프클럽은 비싼 물건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모든 골프클럽이 비싸다’라는 명제는 잘못되었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클럽 가격을 검색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12개 풀세트 최저가가 30만원대, 단품은 아이언 기준 정품이 2만원도 하지 않는 저가형 제품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중고나 병행수입 등으로 찾으면 더욱 저렴한 제품도 찾을 수 있다. 12개 풀세트 기준 30만원이고, 아이언 하나에 2만원도 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스포츠 장비와 비교해도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저렴한 골프클럽도 존재하는 것이다.

 

중급 이상 골프채의 사정

 

하지만 저가형이 아닌 중급 이상의 물건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현재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급 이상의 제품들을 찾아보면 가격에 붙은 ‘0’의 숫자부터 달라진다. 2021년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테일러메이드나 캘러웨이의 클럽 세트는 싼 것도 100만원이 넘으며, 단품 아이언 역시 인기 제품은 개당 60만원부터 100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찾아볼 수 있다. 골프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풀세트 가격은 기본 100만원이 넘고, 채 하나 가격이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고, 골프클럽이 고가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이유다.

 

골프클럽은 왜 비쌀까?

 

대체 왜 골프클럽은 비싼 경우가 많을까. 나아가 ‘비싼 골프클럽’의 이미지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보통 물건값이 비싼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원료 자체가 비싸거나 제조 과정에서 높은 기술력과 노동력이 필요할 때,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 유통 과정상 거품이 낄 때 등이다. 골프클럽이 비싼 이유는 이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원재료부터가 비싼 경우가 많고, 제조 과정에서 첨단 기술이 동원되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도 있고, 유통 과정에서 거품이 끼는 경우도 많다. 골프클럽은 과거에는 말 그대로 ‘억’ 소리가 날 만큼 비쌌고, 지금도 여전히 비싼 제품이 많은 이유다.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골프

 

과거 골프는 국왕과 귀족의 전유물에 가까웠고, 클럽 역시 국왕의 전속 장인이나 귀족들을 상대하는 장인들이 손수 만들어 높으신 분들에게 바치는 물건이었다. 이런 클럽이 얼마나 ‘비싼 몸’이었을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신분제가 완화된 19세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세기 중반부터 골프클럽은 강도, 인성, 경도, 강성 등 종합적인 품질에서 그 어떤 나무보다도 우수한 히코리로 만들어졌다. 이 시기 골프클럽은 목재 중에서도 고급에 속하는 히코리 나무를 뛰어난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깎아 부유층 대상으로 판매하는 물건이었고, 비쌀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신소재의 사용

 

 

이후 기술이 발전하며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고 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골프클럽은 비쌌다. 대량 생산 체계 속에서도 스틸이나 알루미늄, 연철은 물론 티타늄, 카본, 스칸듐 등 다양한 신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만들어진 골프클럽은 원가부터가 비쌌다. 여기에 수요와 공급의 문제,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며 가격은 더욱 뛰어올랐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고,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화 사치품 프레임

 

특히 대한민국에서 골프클럽은 오랫동안 ‘호화 사치품’ 취급을 받았다. 골프클럽이 가진 호화 사치품의 이미지는 골프 업계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고가의 골프클럽은 호화 사치품이자 부정부패의 상징이다’라는 프레임이 오랫동안 자리 잡았다.

물론 이유 없이 생긴 프레임은 아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주로 상류층이 즐기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산 제품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기에 골프클럽은 문자 그대로 수입산 호화 사치품에 속했고, 그만큼 가격은 더욱 치솟았다. 비싼 원가와 제조공정, 그리고 많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수출입의 어려움으로 인한 유통 문제 등까지 뒤엉켜 클럽의 가격을 치솟게 했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골프클럽이 얼마나 고가였는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984년 동아일보에 보도된 기사로서,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을 통해 한국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뉴스다. 이때 등장한 뇌물은 흔히 생각하는 ‘사과 상자’에 든 현금이나 금속이 아니라 냉장고, 골프채, 비디오레코더였다. 골프채가 국가를 넘나드는 뇌물로서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미지 쇄신을 꾀하다

 

1980년대 이후 골프클럽은 ‘호화 사치품’ 딱지를 벗을 기회를 얻었다. 국산 클럽이 서서히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골프를 향한 사회적 시선도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고가의 수입 골프클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1989년 수입 과소비가 사회적 문제로 꼽히며 수입 골프클럽이 ‘주적’으로 꼽힌 가운데 고가의 수입 골프클럽 등 사치성 소비재를 수입 과소비의 주범으로 꼽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 게 좋은 예다. 

이 반론을 제시한 건 어느 골프클럽 수입업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상공부였다. 1993년 동력자원부와 통합해 상공자원부로 개편되며 폐지되기 전까지 수출입 정책에 깊이 관여하던 국가 기관에서 고가의 수입 골프클럽 등을 마냥 비싸기만한 ‘호화 사치품’으로 여기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해외 제품을 향한 소비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살피고 국산 제품도 이를 배우며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때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고가의 골프클럽은 ‘사치품’이나 ‘낭비’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가의 골프클럽을 둘러싼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었고, 부정적인 시각이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다. 1990년대에도 ‘예전에는 고가의 미제 캘러웨이 클럽이 유행하더니 지금은 일제 혼마 클럽이 유행하는 현상에 외화 유출을 걱정한다’는 기사, ‘고가의 외제 클럽 밀반입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단속을 강화한다’는 기사 등 ‘고가의 골프클럽은 호화 사치품이며, 이를 배척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골프클럽이 왜 비싸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건설적인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대한민국의 골프클럽은 여전히 비싼 사치품 취급을 받으며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유통 시장 변화의 나비효과

 

대한민국의 골프클럽 시장이 점점 합리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라 할 수 있다. 국산 골프클럽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동시에 외제 제품 중에도 합리적인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아가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하여 국내 경기가 크게 악화하고, 동시에 수입품을 향한 배척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외제 골프클럽은 한동안 숨죽여야 했고, 덕분에 국산 골프클럽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환경이 변하며 고가 정책을 유지하던 외제 클럽도 시대적 변화를 인정해야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수입사들은 오랫동안 유지했던 고가 정책을 버리고 ‘가격 파괴 정책’을 취하기까지 했다. 1996년 1월 매일경제에서는 ‘물가는 치솟는데 수입 골프채는 가격 파괴 경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캘러웨이가 앞장서 가격을 낮추고, 이에 따라 수입 클럽의 가격 체계가 무너지며 본격적인 가격 파괴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기사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콧대 높던 수입 골프클럽 시장에서 ‘가격 파괴 경쟁’이 열린 건 유통 체계의 변화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국내에서는 불법이던 병행수입이 합법화되며 모든 수입업자가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외제 클럽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되었고, 이와 함께 유통과 공급이 개선되며 수입 클럽의 ‘거품’ 도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대까지 수입 골프채가 대한민국에서 비정상적일 만큼 비쌌던 것도, 1990년대 이후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진 것도 ‘호화 사치품 몰아내기 운동’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유통 환경이 바뀐 덕분이었다. 결국 골프클럽 시장은 점점 합리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클럽 가격의 안정화

 

돌이켜 보면 골프클럽이 비싼 이유는 계속 바뀌었다. 19세기까지는 비싼 재료와 비싼 인건비 탓이 컸지만 20세기 이후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 시대가 열리면서 유통과 시장 구조, 국가 정책 등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대한민국은 과거에는 자체적으로 클럽을 생산할 기술도 없었고 수입과 유통도 자유롭지 못해 클럽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 정도 국내 생산도 가능해지고 수입과 유통이 자유로워지며 클럽 가격도 안정화되었다. 

그렇다면 최근 대한민국에서 고가의 골프클럽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과거보다 분위기가 훨씬 너그러워졌다는 점이 먼저 눈길을 끈다. 물론 ‘납득할 수 있는 고가’인 경우에 한해서다. ‘비정상적인 고가 클럽’은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입이나 유통 문제로 지나친 가격 거품이 끼면 소비자들에게 비판을 받는 것은 물론, 국가가 개입하여 상황을 바로잡기도 한다.

하지만 성능이든, 감성이든 납득할 수 있는 고가의 클럽이라면 이런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또 구매자를 향한 시각도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너그러워졌다. 젊은 골퍼가 채 하나에 수백만원, 세트에 수천만원이 넘는 초고가 클럽을 산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 비난을 가하는 일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골프클럽은 무조건 비싸다’라는 명제를 깨부수는 저가형 클럽 시장의 발전도 주목할 부분이다. 저가형이라고 무조건 성능이 낮은 것은 아니며, 가성비를 생각하면 중간 이하의 가격대에서 제품을 고르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고가 클럽과 저가 클럽의 성능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10배 비싼 클럽이 10배의 성능을 자랑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골프클럽을 바라보는 시각

 

종합해 보면 과거에는 골프클럽이 호화 사치품 취급을 받을 만큼 비쌌고, 또 비싼 게 당연했다. 최고의 소재와 기술력, 그리고 많지 않은 생산량과 그로 인한 적은 공급량, 나아가 자유롭지 못한 유통 구조까지 가격 상승 요인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물론 과거의 호화 사치품에 비견될 만큼 비싼 클럽도 있지만, 실속있는 저가형 제품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으며, 나아가 고가의 골프클럽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도 더욱 너그러워졌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모든 골프클럽이 비쌌고, 또 사치품 취급을 받던 시대를 넘어 보다 시장이 합리적으로 변했고, 그만큼 골퍼들의 선택권도 넓어졌으니 말이다.

이제 ‘골프클럽이 무조건 비싸다’는 명제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다만 ‘상당수의 골프클럽은 비싸다’라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제는 ‘고가의 클럽’을 향해 무턱대고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 제품이라면 말이다. GJ

 

 

By 김상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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