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보험 사기의 해법
홀인원 보험 사기의 해법
  • 김태연
  • 승인 2021.07.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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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 보험과 함께 등장한 홀인원 보험 사기는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다. ‘사회 지도층이나 부유층이 양심을 속이고 홀인원 보험금을 탄다’고 손가락질을 받은 1980년대, 그리고 골프가 대중화가 된 21세기에도 여전히 큰 문제다.

 

홀인원 보험의 역사

 

보험 사기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대한민국 보험의 역사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보험은 1921년 ‘조선생명보험’을 시초로 보는데, 불과 2년 뒤인 1923년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보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보험의 역사만큼이나 보험 사기의 역사도 길었던 것이다.

골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일명 ‘홀인원 보험’의 역사도 결코 짧지 않다.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의 역사만 따져도 그렇다. 아직 골프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1980년대에 몇몇 보험사에서 홀인원 보험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홀인원 기념 식수 및 축하 파티 비용을 보험사에서 일정 액수에 한해 보장한다는 내용, 실제 홀인원을 한 골퍼가 기쁜 마음으로 이 혜택을 누렸다는 내용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홀인원 보험 사기의 등장

 

홀인원 보험의 역사가 긴 만큼 홀인원 보험 사기의 역사도 길다. 이 또한 홀인원 보험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문제를 다룬 1986년 2월 26일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하면 ‘가짜 홀인원이 많다.’, ‘골프 보험 적자’,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이 많이 발생하는 건 거짓 신고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 등으로 홀인원 보험 사기를 고발하고 있다. 보도 날짜와 문체만 바꾸면 오늘 신문에 실려도 이상할 게 없는 내용이다.

홀인원 보험과 함께 등장한 홀인원 보험 사기는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다. ‘사회 지도층이나 부유층이 양심을 속이고 홀인원 보험금을 탄다’고 손가락질을 받은 1980년대, 그리고 골프가 대중화가 된 21세기에도 여전히 큰 문제다. 거의 매년 홀인원 보험 사기를 비판하는 보도가 언론에 실릴 정도며, 레퍼토리도 과거나 현재나 큰 차이가 없다. 

실제 홀인원을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속이는 범죄 방식, 이로 인해 보험사들의 손해가 크다는 사실, 이 때문에 보험 상품을 폐지할지 말지 고민하는 보험사의 반응까지. 골프계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표현이 이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잘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왜 홀인원 보험 사기는 계속 이어질까?

 

홀인원 보험 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범행을 저지르기는 쉽지만, 범행을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공모자를 찾는다는 전제하에 홀인원 보험 사기는 정말 ‘쉬운 범죄’다. 골프장 관계자와 캐디와 가짜 홀인원을 꾸미고, 이를 바탕으로 가짜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몇몇 증거 자료를 더해 보험금 청구를 하면 된다. 홀인원 시 ‘물증’이 남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증인들의 증언과 홀인원 축하 비용을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가짜 증거와 증인만 만들면 보험사로서는 홀인원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보험 사기를 찾아내는 데 최고 전문가들인 보험사들이 홀인원 보험 사기에는 유독 힘을 못 쓰는 이유다.

 

보험 사기에 맞서는 노력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홀인원 보험 사기에 맞서는 보험사들의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몇몇 보험사는 홀인원을 증명하기 위해 골프장 영상을 증거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의 모든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기 어렵기에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없다. 또 영상 증거 제출을 요구할 수는 있을지언정, 의무는 아니라 다른 증거와 정황을 꾸며 작정하고 사기를 치려는 사람을 상대로 ‘영상 증거 부재’ 운운하며 보험금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다른 방법으로 보험금 지급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정하기도 하고, 소위 ‘깔때기 홀’의 홀인원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약을 집어넣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역시 작정하고 속이려는 사람을 막지는 못했다.

 

보험사기대응단이 뽑은 취약 부분

 

여전히 홀인원 보험 사기는 업계에서 횡횡하고 있다. 홀인원을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홀인원을 한 척 주변 사람들에게 ‘거하게 쏜 뒤’ 비용을 환급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술 더 떠 축하 비용을 카드로 결제한 뒤 보험금을 받고 결제를 취소하는 예도 있다. 

어떤 경우든 그로 인한 모든 피해는 보험사의 몫이다. 범행이 적발된 사례들도 보험사가 직접 범행을 적발하기보다는 피의자가 증빙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기타 ‘운이 나빠서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홀인원 보험은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에서 꼽은 ‘보험 사기에 취약한 부분’으로 꼽히고 기획조사 대상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도덕적 해이 개선이 관건

 

보험 관계자들은 홀인원 보험 사기를 일종의 ‘도덕적 해이’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분명하다. 먼저 골퍼들이 홀인원 보험 사기는 재미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 심각한 도덕적 해이이자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홀인원 보험 사기를 저질렀다 적발되면 ‘사기’ 혐의를 받고,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피해액이 몇만 원에 불과한 소액 사기를 저질러도 유죄로 인정되면 형사처벌을 받는데 1건당 피해액이 수백만원에까지 이르는 홀인원 보험 사기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이유는 없다. 

홀인원 보험 사기는 분명 범죄, 그것도 사기 범죄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적발될 가능성이 작다지만 분명 적발 가능성이 있고, 적발 시 주범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홀인원 보험 사기가 갑자기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 누구보다 보험 사기 문제의 전문가들인 보험사들도 수십 년간 이 문제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골퍼들의 의식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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