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접대골프 문제의 해법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의 해법
  • 김태연
  • 승인 2021.06.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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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인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과거나 지금이나 골프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부정적 이미지의 시작

 

대한민국의 골프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언제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했다. 대한민국 골프 역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일제강점기부터 그랬다. 당시 골프는 ‘일본인이나 일제에 협력한 부유한 친일파들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일제강점기에도 친일 행적과는 상관없이 골프 실력만으로 시대를 풍미한 골퍼들이 있었고, 그들은 이후 대한민국 골프의 뿌리가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민중들에게 골프의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골프장을 만든 것도 일제고, 주 이용객도 일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해방, 6.25를 거치며 대한민국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골프도 본궤도에 올랐고,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이 개선되었다. 

 

역사를 통해 본 공무원 골프

 

하지만 지금도 골프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히나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인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과거나 지금이나 골프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데 단단히 일조하고 있다. 공직 사회에서 골프는 부패의 상징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오랫동안 쌓여온 병폐의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전인 1967년 8월 25일의 조선일보 칼럼을 살펴보자. 이 칼럼에서는 ‘골프는 한국에서는 신흥귀족의 상징이요. 근대화의 구호와 함께 탄생한 최신형 놀음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골프를 치기 위한 여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상류사회의 신분증을 발급받아도 손색이 없다’며 당시 골프가 귀족 스포츠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그다음이다. ‘도저히 그 월급을 가지고서는 골프장을 드나들 수 없는 공무원들 사이에 이 놀이가 날로 붐을 이루고 있다는 데 시비거리가 생긴다’며 공무원들의 골프장 출입을 지적한 것이다. 이후에도 ‘그들의 골프 놀이를 위해 샐러리맨들의 봉투에서 비싼 세금이 나갔을 리는 만무한 일이다’, ‘총리는 집무시간에 골프장에 가지 말라고 훈시를 했다지만 정직한 월급만으로 사는 공무원이라면 집무시간이 아니라도 골프장 출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하는 등 1960년대에도 공무원들의 접대골프 문제가 크게 비판받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1960년대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분명 ‘귀족 스포츠’였고, 공무원이 골프를 친다는 것만으로도 눈총을 받기 충분했다. 공무원의 월급만으로 비싼 골프 장비와 골프장 회원권을 사거나 빌리는 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골프 대중화가 이뤄져 공무원이 골프를 친다는 것만으로 눈총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공무원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도 적당한 장비를 구입하고 대중제 골프장에 출입하는 건 충분히 가능해졌다. 

 

공무원 접대골프 부패의 상징일까?

 

 

문제는 골프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었음에도 공무원 접대골프 문화는 여전히 논란이라는 점이다. 접대가 꼭 나쁜 게 아니듯 접대골프도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무원이라면 잣대부터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칼럼에서 몇 달 뒤에 나온 1967년 9월 20일 조선일보 기사를 살펴보자. 당시 정부 휘하의 ‘중앙기강위원회’에서는 공무원들의 기강이 바로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히 ‘외식’을 엄금하는 명령을 내렸다.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뇌물이나 향응을 받는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중앙기강위원회의 발표에 대한 하급 공무원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고급 공무원 사이에서 유행하는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한 달에 적어도 2만여원이 든다는데, 2만원이면 하급 공무원이 즐겨 먹는 50원짜리 점심 구내식비의 1년분이 넘는다’라고 지적하며 ‘휴일이나 오후에 골프 치는 공무원들의 성분을 알아보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비싼 식당이나 술집에서 대접을 받고 향응을 받는 것도 문제겠지만 그보다 접대골프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직 사회의 안티 골프 운동

 

이처럼 1960년대에도 공무원들의 골프, 특히 접대골프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물론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시기부터 틈만 나면 공직 사회 전반에 걸쳐 ‘안티 골프’ 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심지어 가뭄이 들어도 골프 금지령이나 자제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뒤집어 말하면 틈만 나면 골프 금지령이나 자제령을 내려도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선 6공화국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주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정부와 공직 사회의 권위주의는 점점 타파되어 갔지만,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실제로 6공화국 시대가 열린 1988년 이후에도 공직 사회의 호화골프나 접대골프를 비판하는 언론 기사는 끝도 없다. 공직자 골프장 출입 금지령이 내려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금방 흐지부지되었다는 비판, 골프장 건설에 단속 공무원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비판, 대한민국 골프장이 공무원과 재벌들의 로비 무대가 되었다는 비판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골프 자제령? 골프 금지령!

 

6공화국 시대에도 으레 골프 자제령이나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금방 흐지부지되는 등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21세기인 지금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말했듯 공무원들이 골프를 치는 것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이는 21세기가 아닌 20세기에도 존재했던 시각이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김 대통령은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골프를 쳐라. 말라까지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임 직후라 펄펄한 ‘살아있는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도 공무원이 골프를 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물론 공무원 접대골프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공무원 윤리규정이 있는 만큼 근무시간에 치거나, 업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치는 일은 없어야 하며, 공무원 입장에서 접대할 필요가 있는 사람과 칠 경우 판공비 등 정부 예산으로 쳐선 안 된다”는 대변인 발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전(前) 대통령의 발언은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를 꿰뚫는 핵심 발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며 공무원 역시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로운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 ‘공무원 골프 금지법’이라도 제정되지 않는 한 공무원이 골프를 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골프가 귀족 스포츠가 아닌 대중 스포츠가 된 지금은 더욱더 그렇다.

 

공무원 접대골프를 바라보는 시각

 

하지만 접대골프 문제는 다른 시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좀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 이는 법에도 기록된 부분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는 품위 유지의 의무를 다루고 있으며, 이 조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골프를 치는 행동 자체가 품위 손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골프로 말미암아 품위 손상을 일으키거나 논란에 휩싸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공무원 접대골프로 수많은 홍역을 앓은 대한민국 같은 국가에서는 더더욱 이 기준이 엄격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 골프’가 아닌 공무원 ‘접대골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이유다.

왜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주는 입장에서도, 받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기에 그만큼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직접 거액의 돈을 제공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가 공직 사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법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할 만큼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에 엄격하다. 뇌물 수수나 요구 행위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 시행 그 후

 

그에 반해 접대골프는 거액의 돈이나 선물을 직접 주고받는 것보다 훨씬 심리적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으며,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처벌 대상도 아닌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공무원들이 접대골프를 많이 즐겨온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며 접대골프 역시 처벌 대상이 되며 법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게 되었고, 그 결과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법적으로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공무원이 접대골프를 즐겼지만, 이제는 ‘부담이 큰 행위’가 되면서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5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접대골프를 쳤다가 김영란법에 의거해 처벌이나 징계를 받는 공무원들이 많다. 이처럼 많은 공무원이 관련법에 적발되고 처벌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김영란법 시행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접대골프가 횡횡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뿌리 깊은 나무’다. 공무원 접대골프의 뿌리가 50년 넘게 공직 사회 전반에 걸쳐 깊숙이 박혔는데 관련법 몇 개를 만든다고 순식간에 해결될 리 만무하다. 

실제로 김영란법이 시행 후에도 각종 편법을 동원하거나 대놓고 법을 무시하며 접대골프를 받았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형사 처벌까지 당하는 불명예를 당하는 공무원은 결코 적지 않다. 그야말로 뽑기는 해야 하지만, 정말 뽑기 어려운 ‘뿌리 깊은 나무’인 것이다.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의 해법

 

공무원들은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접대’가 꼭 나쁜 것이 아니듯, ‘접대골프’ 역시 꼭 나쁜 게 아니니 어느 정도는 풀어줄 수 있지 않으냐는 항변 말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사적인 관계나 사기업에서는 통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공무원 등 공직자에게는 통하기 어렵다. 

국가공무원법에서 특별히 ‘품위 유지의 의무’를 둔 이유는 분명하다. 공무원은 보통 사람들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며 접대 문제는 더욱더 그렇다. 공무원 접대골프는 그를 즐기는 공무원 개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공무원, 나아가 공직 사회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줄 수 있으며, 나아가 국가를 향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접대골프가 국민에게 눈살 찌푸려지지 않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접대골프는 최소한 공무원들에게만큼은 타파되어야 할 ‘악습’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결국, 공무원 접대골프 문제는 오랫동안 쌓인 병폐와 그 때문에 생긴 접대골프를 향한 나쁜 이미지가 결합해 만들어진 ‘뿌리 깊은 나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공무원 접대골프 그 자체가 나쁘다는 시각이 대세가 되었고, 지금은 그러한 시각에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신분과 그에 따른 의무를 생각해 접대골프는 깨끗이 손절하고, 자기 돈으로 정정당당하게 골프를 즐기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GJ

 

 

By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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