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골프선수권대회 금강산 유치 지원… 우려와 기대 섞인 시선
세계골프선수권대회 금강산 유치 지원… 우려와 기대 섞인 시선
  • 김예지
  • 승인 2021.06.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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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밝힌 ‘세계골프선수권대회’를 금강산에서 유치하기 위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이 장관은 4일 이중명 대한골프협회장에게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노력해서 2025년 세계골프선수권대회를 금강산에서 유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며, “2025년 세계골프선수권대회가 남북 최초로 금강산에서 열린다면 다시 한번 전 세계인을 향한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제안을 하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 측과는 소통이 되지만 북한과는 소통이 어렵다면서, 통일부가 북한과의 접촉과 대화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이 장관은 제안을 받고 설렜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할 수 있는 도움과 협력 및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관광 붐을 조성하는 등 통일부도 이번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강산 유치 위한 선결과제

 

그러나 세계골프선수권대회의 금강산 유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첫 번째 문제는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한 대회 유치의 어려움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에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에 의하면 유엔 회원국의 영토·국민·국적선·항공기를 거쳐서 사치품을 북한에 제공하거나 판매 혹은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레크레이션 스포츠 장비도 사치품 예시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 역시 선뜻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 국무부는 현지시간 4일에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미국은 남북의 협력을 지원한다고 밝히면서도 “동맹국 한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미 정부 대북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유엔과 북한 주변국들과의 외교를 통해서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약화되거나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미국 신안보센터 제이슨 바틀렛 연구원은 이번 세계골프선수권대회 유치가 대북제재 조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으로부터의 면제 승인을 받지 않고 제재대상인 북한의 개인 혹은 기업과 합작투자를 하거나 경제협력 관계를 맺는 것은 유엔과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를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의 여론

 

북한 내부의 여론 역시 호의적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는 어렵다. 대회 진행을 위해서는 골프채 등의 용품이 북한으로 반입되어야 하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북한 내부에서 골프는 자본주의 운동 경기 종목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남북이 함께 대화하고 노력한다면 협력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했다. 그는 지난달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끝났다고 말하며 “우리 정부가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협력의 환경이 크게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그동안 멈춰서 있던 남북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기 위해서 협력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이나 사업 여건 변화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남북이 만난다면 발전적 정상화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계골프선수권대회 개최에 거는 기대

 

세계골프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면 스포츠를 통한 친선 도모와 화합으로 남북이 다시 한번 평화를 위한 협력을 시작할 수 있을까. 과거부터 스포츠는 갈등은 화합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창구가 되곤 했다. 서로 사이가 나쁜 사람들도 같은 팀을 응원하거나 같은 나라 국민이라면 대표팀을 응원하면서 결속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남북 공동 응원단, 한반도 깃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유니폼과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참여한 성화봉송까지. 평화의 물꼬가 된 평창 올림픽은 남북 간 대화와 평화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1991년에는 일본에서 열린 지바탁구 세계선수권 대회에 남북단일팀이 출전했다. 987년 KAL기 폭파 사건으로 경색된 남북한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 1990년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체육 교류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자고 합의한 결과였다. 이후 2012년에 이 실화를 담은 영화 ‘코리아’가 개봉했다.

스포츠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하면 보통 짜릿함과 재미를 떠올리지만, 팀을 향한 응원, 그리고 선수들의 땀과 노력에 우리는 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함께 응원하면 느낀 단합을 통해 갈등이 해결되기도 한다. 남북한은 그동안 수많은 갈등과 평화를 반복해왔다. 갈등을 빚다가도 평화로워지고, 화합하다가도 다시 냉랭해졌다. 현재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되었지만, 세계골프선수권대회를 통해 남북한 국민이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양국의 관계에 다시 햇빛이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세계골프선수권대회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북한 평화 분위기 조성’이라는 단어만을 보고 무작정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일이 아니다. 현실적인 장벽과 우려, 기대효과 등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남북한이 협력해서 세계골프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면, 이 대회는 분명 두 나라 사이에 불어오는 한 자락 훈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려는 불식시키고 기대는 충족시키는 세계골프선수권대회 유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GJ

 

 

By 김예지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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