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골프클럽 브랜드 성공의 조건
국산 골프클럽 브랜드 성공의 조건
  • 나도혜
  • 승인 2021.06.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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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브랜드의 우수성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유독 예외가 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골프클럽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3위의 골프용품 시장 규모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마땅히 내세울 수 있는 골프클럽 브랜드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에 배터리 관련 영업 비밀과 기술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미국 내 부품 수입금지 등 결정으로 분쟁이 이어지다가 최근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삼성 SDI를 포함하면 전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3이 넘는다. 백색가전의 대명사였던 미국 시장에 국내 가전 제조사들의 판매나 국산차 브랜드의 해외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비단 대기업 제품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모터사이클 헬멧, 패션 브랜드, 밀폐용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 브랜드의 우수성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유독 예외가 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골프클럽이다. 

 

세계 3위 골프용품 시장 ‘한국’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핑, 젝시오, 혼마, 미즈노, 투어스테이지, 포틴, 로마로, 던롭, 브리지스톤, 클리블랜드, 스릭슨, 오디세이, 코브라, PXG 등 수많은 인기 골프용품 브랜드 중에서 국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골프는 미국에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으면서 발전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골프코스가 생기면서 시작된 일본에서는 더욱 많은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걸 보면 단순히 전통에서 밀리는 것으로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해 골프용품 시장 규모가 5조 4천억원이 넘어갈 정도로 인기 있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3위의 골프용품 시장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땅히 내세울 수 있는 골프클럽 브랜드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독 인기 브랜드가 없는 국산 클럽 

 

 

해방이후 우리나라 골프의 역사는 군자리 골프장을 서울칸트리구락부로 바꾸면서 시작되었다. 군자리 골프장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던 최초의 골프장이었지만 농경지로 바뀐 뒤 1949년 8월 정부 수립 1주년 기념 축하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 장성들이 한국에 골프장이 없어 휴일이면 일본으로 군용기 편으로 날아가 골프를 치고 돌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국가 안보상의 이유에서 골프장을 재건하라는 지시를 내려 복원된 것이다. 일본도 세계 2차대전 패망 이후 몇십 개 정도에 달할 정도로 골프산업은 열악했다. 그러나 1980년 아오키 이사오라는 걸출한 골프 선수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1983년 PGA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일본 골프클럽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레이건에게 혼마 골프클럽을 선물하는 등 일본 정부의 노력도 있었다. 어떤 산업이든 제품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기술과 수요, 마케팅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IMF 시장 세계 무대를 제패하며 한국 골프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린 박세리를 시작으로 현재 세계랭킹 상위권을 점령중인 한국여자프로들의 영향력을 살펴보면 “왜 세계적인 선수는  많은데,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는 없지?”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기술의 차이?

 

캘러웨이는 세계적 항공사인 보잉사와 협력할 정도로 드라이버와 골프공의 비거리 향상에 대한 연구를 하며 티타늄, 카본, 우레탄 등 새로운 금속과 소재 기술까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어 일본 브랜드도 세계 골프클럽 시장에서 경쟁력과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국산 골프클럽 브랜드는 없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우리나라 골프클럽 생산 기술이 낙후됐기 때문일까?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물론 그라파이트 샤프트 기술은 일본이 앞서 있지만, 카본 등 새로운 소재의 개발과 기술력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골프업계의 중론이다. 꾸준히 골프클럽을 생산하고 있는 KDX골프(구 도깨비 골프), 아화골프, 브라마골프 등 국산 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에 OEM 방식으로 골프클럽을 납품했으며,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골프클럽을 생산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력의 차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다. 문제의 핵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까닭이다. 

 

소비자 인식 문제

 

대기업들도 뛰어들었다가 발을 뺀 골프클럽 시장! 국산 골프채가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8년 미국 LPGA 투어 US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를 기억할 것이다. 연장전까지 펼치며 결국 우승 세리머니를 했던 박세리가 쓴 모자에는 커다란 삼성 로고가 붙어있었다. 프로골퍼가 대회에 참가하거나 연습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좋은 조건의 스폰서십을 해주는 기업이라면 선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는 다시 해당 브랜드 판매로 이어져 결국 선수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것이 마케팅의 힘이며 브랜드를 홍보하는 하나의 수단이므로 국산 골프클럽 브랜드들에게도 당연히 필요한 전략이다. 세계적인 골프클럽 브랜드의 저렴한 가격과 이벤트, 광고 등 파상공세에 힘없이 사라진 국산 골프클럽 브랜드도 많다. 국산은 성능이 좋지 못하다는 인식도 문제지만 신기술 개발보다 수입 대행을 통해 판매에만 급급했던 업체들까지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인 셈이다. 다행인 건 MFS처럼 이미 해외 유명 프로 선수들도 사용하는 국산 샤프트가 있고, 전 세계에 수출하는 볼빅 골프공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선전을 통해 국산 골프클럽의 세계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기술은 마케팅을 만나면 변신할 수 있다

 

사실 브랜드가 국산인지 외산인지를 따지는 것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에서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는데 이를 국산 브랜드로 봐야하는지, 해외 브랜드로 봐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임원부터 자본까지 미국 기업이 된 쿠팡을 국내 브랜드로 봐야하는 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국산 브랜드의 가능성

 

미약하나마 기술력과 소재 부분에 있어 우수한 국산 골프채 브랜드는 있다. 어떤 상품이든 수요가 있다면 그에 따른 제품의 가격과 홍보가 맞물려야 한다. 다양한 산학협력이 있듯이 골프협회 차원에서 유망 골프선수와의 후원, 골프채 비교 자료 배포,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지원과 마케팅에 대한 협력이 있다면 골퍼들에게 인식되는 국산 브랜드의 이미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GJ 글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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