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접대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골프 접대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 나도혜
  • 승인 2021.04.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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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는 골프 접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어떻게 해야 긍정적인 골프 접대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키워드 골프 접대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골프 접대를 ‘자신이나 자기편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치는 골프’로 정의하며, 내기 골프를 친 뒤 일부러 져 주거나 상대가 지급할 비용을 대신 계산하는 등 금전적인 이득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상대에게서 받아내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골프 접대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의 총집합이라 할 만한 설명이다.
다른 자료를 찾아보아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다루는 골프 접대에 관한 기사를 찾아봐도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가 훨씬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게 아니다.

 

골프 접대의 이미지

 

예전에는 지금보다 골프를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이 훨씬 많이 들었고, 따라서 골프는 상류층을 위한 사치스러운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러한 인식에 기름을 부은 것이 골프에 관련된 여러 잘못된 관행들이었고,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골프 접대의 비중이 컸다. 
과거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20세기 중반에 이미 골프 접대에서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68년 2월 22일 동아일보 보도에서는 ‘썩은 정치인과 관료, 실업인들이 야합하는 데 이용되는 곳이 골프장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린 기사가 있다. 같은 해 일본에서도 ‘골프를 뇌물로 간주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골프 접대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최근 태동한 문제도 아니라는 점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골프 접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오랫동안 이어졌고 이 문제는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이미지 저하를 불러들였다는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골프에 대한 언론 보도 상당수가 골프 접대로 대표되는 부정적인 면에 집중되었다. ‘골프 접대를 하던 중 사망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인가 아닌가?’ 같은 웃지 못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0년대에도 골프 접대가 골프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한몫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1998년 정부 감사원에서는 무너진 공직기강을 되살리려는 조치를 단행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감사원에서는 공직자들의 기강이 무너지는 이유로 ‘촌지 수수, 호화업소 출입, 향응 및 접대골프’를 들었다. 소액의 뇌물을 받는 행위와 골프 접대가 비슷한 수준의 문제라고 본 것이다. 법에 ‘뇌물죄’는 있어도 ‘골프 접대죄’는 없는데도 두 행위가 동격으로 취급받았으니 당시 세간에서 보는 골프 접대의 이미지가 얼마나 나빴는지 알 만하다.
그렇다면 골프 접대는 절대 악이며 따라서 골프의 발전을 위해 사라져야 할까? 이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인가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고서도, 이러한 관점 자체도 옳지 못하다. 접대라는 개념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골프 접대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면 역시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

 

마스터스 골프 접대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명실상부한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다. 이 대회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만큼이나 접대용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미국, 나아가 세계적인 정·재계 거물들에 연예계 인사들을 발견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미국 내 인기로는 프로 골프를 능가하는 NFL도 ‘접대용’으로는 마스터스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간에 인근 오거스타에서 모인 거물들이 낮에는 마스터스를 관람하고 밤에는 사교 파티를 즐기며, 경기가 없는 날에는 시내 구경과 쇼핑을 하는 ‘풀코스 접대’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마스터스 골프 접대’도 2009년에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당시 대대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미국 정부에게서 85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보험사 경영진들이 경기침체와 회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명 휴양지에서 호화로운 행사를 개최했다가 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한 뒤 미국 사회에 사치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마스터스 골프 접대도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타격이었고, 이후 화려하게 부활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골프 대회 중 하나를 접대 문화로 만든 이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이런 접대 문화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일부 비판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 나아가 전 세계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당당히 골프 접대를 즐기고 비즈니스의 장으로 삼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골프 접대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인 문화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골프 접대 문화 벤치마킹 가능할까?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접대 문화를 대한민국에서 벤치마킹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골프 접대 문화 역시 개선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지만, 현실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지금 KPGA나 KLPGA에서 공개적이고 대대적으로 접대 무대를 만든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무대를 실제로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숱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결국 KPGA나 KLPGA 단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의 시행 이후 사치스러운 접대 문화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단체인 KPGA나 KLPGA에서 비난을 무릅쓰고 접대를 위한 무대를 만들거나 협조할 가능성은 작다. 그렇다고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김영란 법의 폐지나 축소를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다시 원론적으로 접근해 보자. 접대가 나쁜 것은 아니며 골프 접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라마다 접대의 형태와 문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은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은 한국보다 로비 문화와 사교 모임 문화가 더 발전했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너그럽다. 메이저 골프 대회를 상류층을 위한 접대의 무대로 만들어 진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상류층의 사교 모임이나 관련 행사는 20세기 중반에 일시적으로 쇠퇴하기도 했지만, 이후 자선 파티 등의 형태로 진화하면서 사회적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상류층들과 연예인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고 자선 행사 등도 병행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접대 역시 미국 사회 특유의 사교 문화의 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교 모임에 골프가 추가되었고, 그 비중이 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국의 사교 문화가 한국과 비슷했다면 애초에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접대의 무대로 만드는 건 상상도 못 했을 테고, 누군가 이를 시행했어도 오래잖아 논란에 휩싸여 사라졌을 것이다.

 

부정적 이미지 탈피하기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로 대표되는 미국의 화려한 골프 접대 문화가 부럽다고 무작정 이를 따라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 맞는 골프 접대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해야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
먼저 골프 접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접대는 비즈니스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며 그 수단이 골프가 되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대중들에게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서민들이 골프를 치는 것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라면 골프 접대나 공직자가 골프를 치는 일 자체가 지탄받을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서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골프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골프 접대가 나쁠 뿐, 골프 접대가 나쁜 건 아니라는 점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골프 접대 문화는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현재진행형으로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와 별개로 우리는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지금도 골프 접대를 둘러싼 부정적인 사건들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에 더욱더 그렇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 언론 보도만 살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직장 보직 변경을 위한 골프 접대, 끊이지 않는 골프 리베이트, 공무원과 사업자 사이의 특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튀어나온 골프 접대 등 골프 접대를 다룬 부정적인 뉴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십 년 전부터 골프 접대를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프 접대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건재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사건들 역시 끊이지 않는다는 건 하루빨리 골프 업계 차원에서 골프 접대의 부정적인 부분을 없애고 ‘긍정적인 골프 접대 문화’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절감케 한다.

 

건전한 골프 접대 문화 만들기

 

어떻게 해야 긍정적인 골프 접대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업계 모두가 고심해야 할 문제이지만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할 수는 있겠다.
먼저 과도한 비용 지출이나 사치스러운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과도한 선물을 주고받거나 향응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골프 접대에서 과도한 비용 지출을 자제하고 선물이나 향응을 주고받거나 비용을 대신 계산하는 등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위는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 그것이 김영란법을 위반하는 수준이 아니라 해도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수준의 접대라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현실에 맞는 건전한 골프 접대 문화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골프 접대는 이미 한국 사회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김영란법도 이 문화를 막지는 못했다. 
2020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이 여신금융협회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유흥업소에서의 법인 카드 결재액은 감소 추세지만, 골프장 이용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흥업소 접대는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법에 어긋나지 않는 골프 접대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골프 접대는 이미 한국의 접대 문화의 일부가 되었고, 강제적으로 줄이거나 금지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만 개선된다면 골프 접대는 부정적인 문화가 아니라 한국의 긍정적인 접대 문화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이미 골프 접대 문화가 대한민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러니 무작정 배척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실제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대안을 내놓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골프 업계에서 ‘긍정적인 골프 접대 문화’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이것이 주류가 된다면 사전에서도 ‘골프 접대’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로 기록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GJ

 

 

By나도혜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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