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해저드 사고와 골프장 보안 문제
골프장 해저드 사고와 골프장 보안 문제
  • 나도혜
  • 승인 2021.04.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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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사고는 드문 일이 아니다. 골프장의 책임보다 개인의 책임이 큰 경우도 많지만 최근 경남 지역에서 발생한 골프장 해저드 사고의 경우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골프장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안 및 관리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최근 경남 양산의 한 골프장 해저드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 강력범죄가 아니라 사고로 인한 실족사로 여겨지고 있지만, 골프장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골프장 회원이나 고객도 아닌 마을 주민이 해저드에 실족해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근 주민이 골프장에 들어와 해저드에서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골프장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안 및 관리 문제가 지적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골프장 사고 책임론

 

골프장 사고는 드문 일이 아니다. 물론 골프장의 책임보다는 개인의 책임이 큰 경우도 많다. 고객이 다른 고객이나 캐디와 다툼을 벌이다 사건을 일으키거나 혹은 고객이 휘두른 클럽에 누군가 맞거나 날아간 공이 다른 사람에게 맞는 등의 사고는 골프장의 책임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술에 취한 고객이 다른 골퍼나 캐디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에서 골프장 안전 문제를 언급하며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골프장 측의 책임이 적지 않은 인재(人災)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우려되는 부분이다.

 

낙뢰 사고

 

사실 골프장의 인재는 오래된 레퍼토리다. 과거에도 골프장 인재는 다양하게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골프장 낙뢰 사고다. 최근에도 종종 벌어지는 사고지만, 과거에는 낙뢰 사고가 훨씬 빈번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골프장에서 낙뢰 사고로 여러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에서 낙뢰 사고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물론 날씨에 의해 발생하는 낙뢰 사고 역시 전적으로 사람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낙뢰 사고는 대응을 잘하면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해저드 사고

 

과거에 낙뢰 사고가 악명 높았다면 지금은 해저드 사고가 악명이 높다. 물론 해저드 사고도 최근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전 세계적으로 해저드에서 사망 사고는 꽤 자주 일어났다. 몇 개의 예를 들면 2001년 미국의 ‘더 랜딩스 골프클럽’에서는 해저드 근처의 경사진 곳에 세워둔 카트가 갑자기 해저드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카트에 타고 있던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가 난 해저드는 수심이 9m나 되었기에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손 쓸 수 없었고,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2007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해저드에 서식하던 악어가 근처에서 라운드를 돌던 사람을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 사건은 빠른 대처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위의 사례들은 한국 골프장에서는 나오기 힘든 사고들이다. 한국 골프장 해저드는 수심 5m를 넘는 경우가 드물며, 해저드에서 악어 같은 위험한 동물을 키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해저드 사고는 미국처럼 해저드 규모가 크고 위험한 동물을 키우기까지 하는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최근 양산 골프장 사고를 비롯해 해저드 사고는 한국에서도 드물지 않게 벌어졌다.

 

해저드 사고의 공통점

 

골프장 해저드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이 사고들 대부분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안전사고’라는 공통점이다. 이유 없이 사람이 해저드에 빠져 숨지는 일은 없으며, 이유 대부분이 사고를 당한 쪽에서 안전을 등한시하거나 혹은 골프장에서 안전이나 보안 대책에 소홀하여 발생하는 사고들이다. 누구에게 얼마나 책임이 있든, 골프장 해저드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나 안전 대책 부족으로 인한 인재이다.
골프장 해저드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골퍼나 골프장 관계자 등 출입이 허가된 사람, 그리고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출입한 사람이다. 허가를 받은 사람이 사고를 당한 케이스는 앞서 이야기한 미국 골프장 해저드에서의 사망 사고, 그리고 2017년 청도 골프장에서 발생한 골퍼 사망 사건과 2020년 용인 골프장에서 골프장 보수를 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해저드에 빠져 사망한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고 출입한 사람이 해저드에 빠져 사망한 사건도 의외로 드물지 않다. 서두에서 언급한 양산 지역 골프장 사망 사고도 인근 마을에서 거주하던 주민이 골프장에 들어갔다 해저드에 빠져 사망한 사건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허가받고 골프장에 입장한 게 아니라 무단으로 입장한 사람들이 해저드에 빠져 숨진 사례가 몇 존재한다.

 

안전 불감증 문제

 

왜 해저드에서 사망 사고가 흔하게 벌어질까.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역시 안전 불감증이다. 해저드 사고의 주된 원인이 안전 불감증이라는 건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10년 전 보도에서도 20년 전 보도에서도 ‘골퍼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해저드에 빠져 사망했다’는 레퍼토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해저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대책의 미비함을 지적하기보다는 굳이 위험한 해저드에 접근한 개인의 책임이 더 크다는 시각이 강했다. 골프장 해저드가 위험하다는 건 골퍼들 사이에서는 상식에 가깝고, 그런 상식을 모르더라도 사람이 빠질 만큼 위험한 해저드라면 대부분 위험 표시 정도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상식을 알고, 또 알리는 것과 사람들이 그 상식을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 안전 문제가 해결된다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대부분이 저절로 해결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해저드에 접근하고 있다. 라운드를 돌다 빠진 공이 아깝다던가, 직원으로서 해저드 주변에서 할 일이 있다던가, 술에 취했다던가,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를 가지고 해저드에 접근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그 결과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골프장 해저드의 위험도

 

정말 우리나라 골프장 해저드가 경계할 만큼 위험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골프장 해저드는 크게 ‘경관용’과 ‘저류형’으로 나뉜다. 
경관용은 조경 차원에서 만들어진 연못이며, 수심도 깊어야 1m가 넘지 않기 때문에 저류형에 비하면 위험성이 낮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경관용 해저드 역시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양산 모 골프장 사고 역시 수심 1m가 되지 않는 곳에 빠진 주민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사고가 겨울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겨울 이외의 계절에는 안전하지 않으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저체온증은 여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얕은 경관용 해저드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저류형 해저드는 훨씬 위험하다. 폭우가 내릴 때 한 번에 하류로 물이 쏟아지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저류형 해저드는 폭이 넓고 수심이 깊다. 저류형 해저드가 배수 기능 등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깊이 3m 이상이 되어야 하며, 그만큼 위험하기에 사망 사고 대부분이 저류형 해저드에서 발생했다. 
또한, 한국 골프장의 해저드는 연못물의 누수를 막기 위해 특수 방수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바닥을 통한 연못물의 누수는 막을 수 있지만, 동시에 연못 바닥이 매우 미끄러워진다. 연못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누군가 연못에 빠진다면 깊은 물에 미끄러운 바닥까지 겹쳐 스스로 올라오는 것은 어렵다. 결국, 어떤 구조의 골프장 해저드이든 무리하게 접근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골프장 안전 규정 이대로 괜찮은가?

 

 

이처럼 골프장 해저드의 위험성이 크지만, 해저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안전 규정은 아직 빈약하다. 해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 규정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안전 대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지침만 있는 수준이다. 이에 대부분의 골프장이 해저드 근방에 출입 금지 팻말을 설치하거나 구명 장비를 비치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 대책을 준수하고 있지만 가장 좋은 안전 대책이라 할 만한 출입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울타리나 방벽을 설치한 곳은 드물다. 
이러한 골프장 해저드 안전 문제는 골프장 전체의 안전 및 보안 문제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 방대한 야외 골프장 시설을 갖추고 고객 서비스는 수준 높게 제공하면서 골프장 전체의 안전 및 보안 문제는 의외로 허술한 시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저드 사고 상당수가 접근을 허가받지도 않은 사람들이 골프장에 들어와 해저드까지 접근해 사망한 유형의 사고라는 점에서 골프장 전체의 안전 및 보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고 사고를 당한 개인의 안전 불감증 탓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허술한 안전 및 보안 문제가 사고는 물론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외부인이 골프장에 들어와 해저드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범죄에 악용한 사례도 있다. 2017년 5인으로 구성된 조직원이 전국 각지의 골프장을 돌며 잠수복을 입고 해저드에 들어가 바닥에 가라앉는 골프공을 건져내는 수법으로 12만 5천 개의 로스트볼을 훔친 사건이 대표적이다. 골프장과 해저드에 쉽게 출입할 수 있는 안전 및 보안 구조의 미비함이 사고는 물론 범죄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사건이다.

 

낙뢰 사고 예방을 통해 배우다

 

결국, 골프장 해저드 논란은 근본적인 골프장 안전 및 보안 문제와 맞닿아있다. 골프장에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고, 외부인마저 해저드에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야외 골프장 구조가 비슷한 유형의 사건·사고가 자주 일어나게 된 원인인 셈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어떤 대책을 세워도 100%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문제를 크게 줄일 수는 있다. 
과거 골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난 낙뢰 사고가 좋은 예다. 골프장의 낙뢰 사고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낙뢰가 예상되면 미리 라운드를 중지시키거나 무리한 라운드를 피할 준비를 하고, 낙뢰가 코스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뢰침을 곳곳에 세우거나 보호기를 설치하며 효과적으로 낙뢰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대응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덕분에 골프장 낙뢰 사고는 과거처럼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고 있다. 어떤 안전사고라도 대책을 잘 마련하면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안전·보안 대책 마련 시급

 

 

골프장 해저드, 나아가 골프장 전체의 안전 및 보안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어김없이 안전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양산 골프장 사고도 해저드 주변에 1m 정도의 턱이 있어 실족하기 쉬운 구조였으며, 야외 골프장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시설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드 주변에 출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있거나 골프장 출입을 막기 위한 시설이 철저히 갖춰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추정할 수 있다.
결국, 골프장 해저드 사고가 이어진다는 건 골프장 전체의 안전 및 보안이 취약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고들이 온전히 골프장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골프장에서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모든 형태의 ‘개인의 일탈’을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 해저드 사고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제도적 차원에서 해저드, 나아가 골프장 전체의 안전 및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할 때가 아닐까.

 

 

GJ 글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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