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지리학이다
골프는 지리학이다
  • 김수현
  • 승인 2021.04.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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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골프장의 지리적인 특성을 잘 파악할수록 유리하다. 티샷이든 파온을 위한 어프로치든 상관없이 지형상 한쪽이 높은 경우는 무조건 높은 쪽을 겨냥해야 공이 지면에 떨어진 후 중력에 의해 페어웨이 가운데나 핀과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반 아마추어가 코스 공략만 잘해도 다섯 타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초보일수록 코스 공략이라는 개념이 없고 티샷을 할 때는 정중앙, 그리고 세컨샷을 할 때는 무조건 핀만 보고 치는 경향이 있다. 
중급자가 되면 자신의 구질을 인지하게 되면서 드로우 구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우측을 겨냥하고 페이드 구질의 골퍼는 좌측을 겨냥하게 된다. 하지만 최종 목표 타겟은 여전히 페어웨이의 정중앙이거나 그린 위의 핀이다. 
이에 반해 상급자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타겟팅을 한다. 오비나 해저드가 있는 경우 최대한 위험을 피하는 선택을 하며 티샷을 할 때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해 우드나 롱아이언을 잡기도 한다.

 

고수들의 공략법

 

고수들이 핀을 향해 칠 때는 우드나 롱아이언의 경우 그린 위로 올라가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안전하게 파를 잡기 위해 거리에 주로 신경을 쓴다. 미들아이언의 경우는 핀의 위치에 상관없이 그린 가운데를 겨냥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앞핀의 경우 조금 길게 잡고 뒷핀인 경우 조금 짧게 잡으면서 온그린 확률을 극대화한다. 숏아이언은 핀을 직접 공략하지만, 핀이 그린의 좌측이나 우측 끝에 위치할 경우 그린 가운데 쪽으로 2M 정도를 겨냥해서 혹시 나올 수 있는 실수로 인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이에 반해 무조건 핀을 직접 공략하는 하수들은 실수로 인해 온그린에 실패한 경우가 많고 그 이후 불안전한 어프로치로 뒤땅이나 탑핑이 나오면서 보기나 더블보기를 하기 십상이다. 
일단 온그린에 성공하면 투퍼팅으로 파를 잡을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최소한 쓰리퍼팅으로 보기는 무난하다. (쓰리퍼팅을 하지 않는 방법은 필자가 처음으로 쓴 칼럼인 ‘골프는 산수다’ 편(2020년 7월호)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안전한 온그린 보다 핀을 직접 노리면서 버디를 노리는 하수들은 허망하게 날아가는 새(버드)를 바라보며 버디는 커녕 보기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쉽다. 
참고로 버디의 유래는 초창기 골프에서 파4에서 3타 만에 넣은 경우가 발생하여 "That's a bird of shot"이라고 말했는데 의역하면 “야. 이거 죽이는데!”라는 뜻이다. 여기서 bird라는 단어를 birdie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적 특성 이용하기

 

골프는 골프장의 지리적인 특성을 잘 파악할수록 유리하다. 티샷을 할 때 한쪽 면이 경사가 있어 실수로 그쪽으로 가더라도 맞고 나올 가능성이 크면 페어웨이를 삼 분의 일로 나눈 후 안전한 쪽으로 겨냥해야 한다. 
반대로 한쪽이 오비인 경우도 반대편의 삼 분의 일 지점을 공략하는 게 전체적인 스코어를 줄이는 코스 공략 방법이다. 티샷이든 파온을 위한 어프로치든 상관없이 지형상 한쪽이 높은 경우는 무조건 높은 쪽을 겨냥해야 공이 지면에 떨어진 후 중력에 의해 페어웨이 가운데나 핀과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아마추어의 절반 이상은 경사에 상관없이 가운데를 보거나 핀만 겨냥해서 치다가 잘 맞았는데도 한쪽으로 쏠려 그다음 샷이 어렵게 된다.

 

실수로 인한 피해 최소화하기

 

이러한 코스 공략의 핵심은 실수를 했을 때 최악의 상황을 면하는 것이다. 골프는 잘 맞는 샷 보다 안 맞는 샷이 많고 아무리 잘 치는 사람도 언제 어디서 실수를 할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스포츠다. 따라서 모든 상황에서 샷을 할 때 항상 실수했을 경우를 감안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적당한 클럽을 선택하고 겨냥을 하는 것이 핸디를 낮출 수 있는 비결이 된다. 
‘실수의 게임’이라고 불리는 골프는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 보다 ‘실수가 나왔을 때 얼마나 잘 감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실력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코스 공략의 개념이 없는 초보자나 중급자에게 “그린 공략을 할 때는 핀의 위치를 무시하고 그린의 정중앙을 보고 샷을 하세요”라고 코칭을 해주면 18홀을 마칠 때쯤 자신의 스코어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동안 내 스코어가 엉망이었던 이유가 핀을 노리다가 실수한 샷을 다시 만회하려다 망가졌기 때문이구나!’라며 탄식을 하기도 한다.

 

투온을 노릴 것인가 vs 안전을 택할 것인가

 

골프에서는 ‘한탕주의’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파5에서 ‘투온을 노릴 것이냐?’ 아니면 ‘안전하게 갈 것이냐?’를 놓고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실수로 인한 위험의 정도에 대한 판단이다. 잘못 쳤을 때 감수할 수 있는 그린 주변의 지리적 위험을 따져 보고 본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 
프로의 경우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고 러프가 깊어도 실수했을 경우 그다음 온그린에 성공해서 파를 할 가능성이 커 투온을 노리지만, 벙커샷이 약하고 러프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마추어의 경우는 본인이 자신 있는 거리를 남기는 안전한 세컨샷을 한 후 세 번째 샷으로 무난하게 온그린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예를 들어 250야드가 남았을 때 3번 우드로 아주 잘 맞으면 온그린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힘껏 휘두르지만, 대부분은 실수를 하게 되면서 안 좋은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이런 경우 125 야드를 나눠서 피칭으로 두 번 치거나 150 야드를 미들 아이언으로 치고 남은 100 야드를 웨지로 어프로치 하는 것이 더 좋은 아마추어의 전략이다. 그래도 3번 우드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소렌스탐도 3번 우드가 잘 안 맞아서 4번 우드를 사용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고도의 차이 감안하기

 

지리적으로 해발의 높이가 거리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전에 멕시코의 고산지대나 캐나다의 록키산맥에 가서 골프를 친 적이 있는데 평소보다 비거리가 많이 나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드라이버는 혜택을 받았지만 파온을 시도할 때 거리가 길어 그린을 훌러덩 넘어가기 일쑤였는데 캐디가 없다 보니 지리학적 고저차이 때문에 비거리가 달라진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학적으로 높은 고도에서는 공기밀도가 낮아지게 되고 비거리는 늘어나게 되는데 전에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 PGA 시합을 열었을 때 거리가 무려 15%나 더 나갔다. 
평소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쳤다면 이 시합에서는 345야드를 날렸다는 얘기다. 한국에도 2천미터까지는 아니지만, 해발이 높은 위치의 골프장이 많으니까 그 점을 고려하고 플레이를 하면 보다 정교한 샷을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해저드 공략

 

큰 해저드가 있는 파3에서는 무조건 한 클럽을 길게 잡고 치는 것도 스코어를 줄이고 버디 확률을 높이는 요령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째, 아마추어의 경우 핀보다 길게 칠 확률 보다 짧게 칠 확률이 두세 배 높다. 둘째, 해저드의 수증기로 인해 공이 날아갈 때 속도가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건 과학적으로 볼 때 논리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공기 중 수증기가 많을 경우 대기의 질소와 산소가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기의 밀도가 줄어들어 오히려 비거리가 늘어난다. 
비가 오는 날, 떨어지는 빗방울도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골프공의 거리를 줄게 만들 것 같지만 빗방울의 모멘텀이 골프공의 모멘텀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다만 해저드로 인해 심리적인 위축으로 거리가 짧아질 수 있기에 길게 잡고 편하게 스윙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셋째, 실수했을 때 해저드에 빠지는 것보다는 길어서 그린을 놓쳐도 어프로치나  롱퍼팅으로 파를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타수를 줄일 수 있다.

 

날씨의 영향

 

날씨가 따뜻한 날, 온도가 올라가면 역시 대기의 밀도가 낮아지게 되면서 비거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런 날은 공과 클럽의 반발력도 좋아지게 되면서 비거리 증대로 연결되는 데 공 자체의 온도가 너무 많이 올라갈 경우에는 물성이 변해서 오히려 비거리가 감소하게 된다. 
다시 공의 온도를 낮춰도 본연의 성능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한여름 차 안에 골프공을 오래 두고 방치하는 않는 것이 좋다.

 

공의 사용

 

마지막으로 로스트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실력이 있는 골퍼라면 새 공 사용을 추천한다. 실제로 한 매체의 테스트에서 로스트 볼은 새 볼에 비해 스핀량 22.3%, 비거리 14.4% 성능이 저하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비싼 돈 내고 골프를 치면서 푼돈 아끼려다 오히려 내기에서 져서 돈 잃고 기분 상하지 말고 새 공으로 기분 좋은 골프를 즐기시면서 골프 산업에도 이바지하시길 바란다. 종종 같이 골프를 치는 한국 대표 골프공 브랜드 볼빅의 문 회장님에게 꼭 이 칼럼을 보여드려야겠다. 
GJ

 

 

By김수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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