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 제조 기술, 어디까지 왔나? 4차 산업혁명과 골프클럽
골프클럽 제조 기술, 어디까지 왔나? 4차 산업혁명과 골프클럽
  • 김태연
  • 승인 2021.01.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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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클럽은 어떻게 발전해가고 있을까? AI가 클럽 설계와 제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3D 프린터까지 적극적으로 클럽 제조에 동원되는 등 4차 산업혁명은 골프클럽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프클럽의 발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재질의 발전이며 또 하나는 설계와 제작 방식의 발전이다. 
이중 재질의 발전은 다소 정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클럽 제조사들이 조금이라도 성능이 뛰어난 합금을 찾거나 클럽에 들어가는 재질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티타늄이나 카본 이후 눈에 띄는 수준의 재질 발전은 없었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클럽 재질의 발전은 티타늄, 카본, 마레이징, 스틸 등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재질들을 좀 더 개선하는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발전 or 퇴보

 

그렇다면 골프클럽의 발전이 더뎌지고 있을까? 재질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설계와 제작 방식으로 초점을 돌리면 그렇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AI가 클럽 설계와 제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3D 프린터까지 적극적으로 클럽 제조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AI와 3D 프린터가 골프클럽에 본격적으로 손을 뻗친 것이다.

 

AI가 만든 클럽의 등장

 

골프클럽과 AI의 동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1월 골프 업계는 캘러웨이골프의 ‘에픽 플래시’에 주목했다. 세계 최초로 AI가 클럽의 플래시 페이스를 디자인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캘러웨이 골프는 보통 디자인 공정은 5~7회가 소요되지만 에픽 플래시는 AI의 연산 능력과 학습능력 등을 사용해 1만 5000회 공정을 반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간의 손으로 같은 공정을 따랐다면 34년이 걸렸을 일을 AI의 능력으로 빠르게 마치며 기념할 만한 ‘최초의 AI 설계 클럽’이 화려하게 데뷔한 순간이었다. 이후 캘러웨이골프의 ‘매버릭’ 블랙애로우골프의 ‘수프리모 플러스’처럼 AI가 설계에 참여한 제품들이 발매되며 눈길을 끌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클럽

 

2020년 11월, 최초의 AI 설계 클럽에 견줄만한 제품이 등장했다. 코브라골프에서 내놓은 ‘킹 슈퍼스포트-35’ 퍼터다. 골프용품 업체 코브라골프와 IT 업체 HP 협업의 결과물인 이 퍼터는 HP사의 금속 3D 프린터 ‘메탈 젯’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메탈 젯은 복셀 수준의 접착제 분사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금속 부품의 제조가 가능한 3D 프린터이며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 세계적인 펌프 기업인 윌로 등과 협업해 산업 현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 검증된 기술력으로 골프 업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다.
‘킹 슈퍼스포트-35’가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최초의 골프클럽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혹은 기업 차원에서 시제품으로 만든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골프 업계와 IT 업계 모두가 킹 슈퍼스포트-35에 주목하고 있는 건 3D 프린터로 만든 퍼터를 상품용으로 판매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코브라골프와 HP 측에서는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골프클럽이 차후 업계의 대세가 될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골프클럽을 출력하는 시대

 

사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클럽 등 골프 장비를 만드는 건 예전부터 시도되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초창기 3D 프린터로 뽑아낼 수 있는 재질은 대개 플라스틱 등 무른 재료에 한정되었고, 따라서 내구성이 중요한 골프클럽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메탈 젯으로 대표되는 금속 3D 프린터의 성능이 점점 높아지면서 3D 프린터로 골프클럽을 ‘출력’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킹 슈퍼스포트-35는 1000세트 한정으로 제작됐다. 꽤 적게 만들어진 셈이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코브라골프에서는 차후에도 계속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퍼터를 내놓을 계획이며, 관련 기술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골프클럽 시장에 3D 프린터 시대가 찾아왔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킹 슈퍼스포트-35는 처음부터 끝까지 3D 프린트 공정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복잡한 설계가 적용된 제품 마감도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과정을 3D 프린트 공정으로 처리하면서도 마지막에는 CNC 가공을 거쳐야 했다. 이는 제조 시간과 비용이 올라감을 의미한다. 코브라골프에서도 아직은 제조 비용이 일반 공정에 비해 비싸지만, 일반적인 가공보다 정밀하게 만들 수 있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킹 슈퍼스포트-35는 하나의 완성된 상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과도기적 상품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골프계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캘러웨이 골프에서 AI가 페이스를 설계한 클럽을 처음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혁명이라 불렀다. 이후 AI가 헤드 대부분을 설계한 클럽이 나왔고, 타 회사에서도 AI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D 프린터로 제조해 상품화에 성공한 클럽까지 등장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킹 슈퍼스포트-35가 시장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AI 설계’에 이어 3D 프린터까지 본격적으로 골프클럽 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AI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쌍두마차인 3D 프린터가 마침내 골프클럽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아직 AI 설계 클럽이 소수에 불과하듯,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골프클럽 역시 순식간에 업계의 대세가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AI 설계 클럽이나 3D 프린터 클럽이 업계의 대세가 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몇십 년이 걸릴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골프클럽 시장에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몰아치기 시작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AI와 3D 프린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골프클럽, 나아가 골프라는 스포츠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GJ 글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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