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상을 입은 골퍼를 그리는 골프화가 #함미자 Grace Hahm
전통의상을 입은 골퍼를 그리는 골프화가 #함미자 Grace Hahm
  • 김혜경
  • 승인 2020.08.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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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미자는 전통의상을 입은 골퍼를 소재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해학적으로 그려내는 화가다. 자신의 작품을 이용한 아트상품 제작, 에바끌레르와의 아트콜라보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녀는 ‘화가가 행복한 마음과 기운으로 작업하면 작품의 기가 관람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선순환의 법칙’을 믿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붓을 잡고 있다.

 

미술과의 인연 

 

삶 속에서 대부분의 인연과 만남이 그렇듯이 화가 함미자와 미술과의 만남은 몇 번의 우연과 필연이 겹쳐서 성사됐다. 초등학교 시절 한학자였던 아버지가 글과 그림을 그리실 때 옆에서 먹을 갈아드리며 지켜보면서, 중학교 1학년 시절 전국 사생대회에서 3학년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하면서, 서양화가셨던 미술 선생님의 눈에 띄어 3년간 개인 레슨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화가를 꿈꿨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이른 나이에 결혼하게 되면서 잠시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지만 “꼭 순수 예술을 하는 화가가 돼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 30대 초반의 그녀를 다시 예술가의 길로 인도했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골프장에서의 하루는 자연 속에서의 일탈이나 유랑 같은 것이 아닐까? 함미자 작가는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평안함과 희열을 주는 매개체로서의 골프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골프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

 

남보다 늦은 나이인 삼십 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첫 개인전을 열 때부터 골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하루가 골프장에서 계획되면서 몇 번의 연습 후, 골프클럽도 사고 어울리는 옷도 사 입었죠. 그리고 처음 나간 필드에서 오감으로 느낀 치유의 경험이 골프라는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됐지요.”

 

많은 사람이 ‘골프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녀는 ‘골프는 인간의 모든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은 골프장 바깥세상이지만 골프장은 일상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평안함과 희열을 주는 매개체로서의 골프를 작품 속에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구상 골프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골퍼로

 

초기작은 골프채와 필드의 18홀을 단순화시켜 이미지로 형상화한 비구상 작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중간에 한국적인 느낌의 골프화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통의상을 입은 골퍼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전통의상을 입은 골퍼를 소재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서구에서 온 스포츠 골프에 한국적인 것을 접목하는 작업을 작품을 통해서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골프 미술이 그녀가 추구하는 바이며 회화에 한정되지 않고 입체 조형물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 

 

꿈의 대화(그 여인의 봄) Acrylic on canvas, 90.9x72.7, 2020
여인의 복식은 겨울이지만 마음 속엔 이미 봄이 다가와 있음을 알리고 있다. 희망을 가지고 꿈을 이루고자 노력한 자에게는 꼭 행운이 기다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작품이다.
꿈의 대화, 비단 위에 채색 안료,133x162.2, 2019 
지금은 좋아졌지만 오랫동안 과중한 작업으로 인한 갑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2년에 걸쳐 완성한 함미자의 대표작. 이 작품은 2019년 분당 AK플라자 골프대전 초대전시를 통해 외부에 처음 공개됐고, 그 인연으로 골프 전용 화장품업체 에바끌레르와 아트 콜라보를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의 그림은 현대미술인 컨템포러리 아트로서 동양화지만 때로는 서양화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때로는 서민적인 느낌인 민화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또 해학적인 풍자를 즐기며, 애니메이션적인 가벼움으로 발랄함을 주는 동시에 동양 채색화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색채적 화려함으로 기분 좋은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골프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초기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변함없이 ‘꿈의 대화’ 시리즈를 그리고 있는 것은 행복한 순간을 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같은 꿈을 꿀 수는 없겠지만 즐거운 순간에 대한 꿈은 같다고 본다.   

 

“우리 민족은 물, 산 등 자연에 대한 열망이 강한데, 한국의 골프장은 물과 산을 끼고 있는 곳들이 많다. 이런 지리학적 장점을 가진 대한민국의 명품 골프장들은 마치 조상들이 그렸던 한 폭의 산수화 같다. 그래서인지 좋은 동반자들과 골프장에 갈 때면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와 그림의 일부분이 되어 풍류를 즐기는 예인 같다는 착각이 든다.” 그녀는 이런 골퍼의 일상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트 상품 & 아트 콜라보

 

인사동 마루갤러리 1층 아트샵 아트큐브에 전시된 함미자의 아트상품 

 

‘화가는 작품을 통해서 기억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대에도 시대성을 반영하는 작업에 충실해야 하며 그것이 화가로서의 숙명이고 숙제라고 말한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단군 이래 가장 부유하고 삶의 질이 높은 시대를 살면서 이 시대의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그림을 통해 미학적으로 남겨, 이 시대의 긍정적이고 행복한 순간을 한국적인 표현방법으로 남긴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한편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이용한 아트 상품을 제작해 판매함과 동시에 골프 전용 화장품업체 에바끌레르와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기업과 미술계의 문화 트렌드를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아트상품이나 화장품을 통해 손안의 1인 갤러리에서 보다 더 가깝게 예술을 즐기고 관람하며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컬렉터가 되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21세기의 아트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 시대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아트 콜라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혼자 작업하는 화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연구해 작가의 작품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 되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시대와 소통하는 작가

 

골프 전용 화장품 에바끌레르와의 아트 콜라보 제품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의 노고를 생각하며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고, 에바끌레르 손 세정제에 이 그림을 넣어 화제를 모았다.

 

함 작가는 손 씻기와 세정제 사용이 코로나 억제를 위해 전 국민에게 권유되는 시점에서 손 세정제 용기에 마스크 낀 이순신 장군을 그려 넣음으로써 손 소독제와 마스크 사용을 같이 권장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전한다.

 

올해 준비 중인 전시회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문화행사나 전시가 연기되거나 취소된 상황이다.

 

“상반기 준비했던 전시가 취소되는 등 저 또한 예외가 아닌데, 다행히 하반기엔 전시회를 할 수 있게 됐다. 올가을 세종시에 오픈하는 240평 규모의 대형 실내 골프연습장 내부 갤러리에서 오픈 기념 초대전이 열린다. 내 작품을 내 그림으로 제작된 아트 상품과 함께 전시하게 돼  기쁜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

 

골프연습장 내부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로 골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그림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그녀에게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전시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담다

 

함미자가 그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치유와 공감이다.

 

“30년 넘게 서양화와 동양화를 그렸고 20년 가까이 문화재 보수 작업을 통해 불교미술 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21세기의 문화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한국적인 것, 동양적인 것 그리고 서양적인 것에 관한 연구와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 지금의 골프 작품들이다.” 

 

그녀는 오랜 시간 단청, 탱화 작업에서 얻은 불교미술적 기법을 순수 예술로 차용해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골프 작품 안에 끌어들여 작업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행운을 부르는 오방색을 주로 사용하면서 한국적이면서 동양적이고 또 서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것을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녀는 작품의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그런 고민의 결과물들을 전시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GJ 글 김혜경 이미지 김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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