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인터뷰] 한국여자 프로골프협회 이영미 부회장
[GJ인터뷰] 한국여자 프로골프협회 이영미 부회장
  • 김혜경
  • 승인 2019.04.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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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따뜻한 ‘골프계 안경 선배’

 

[골프저널] 국가대표 컬링 팀에 '영미!∼∼'를 유행시킨 카리스마 안경 선배가 있다면 골프계에도 안경 선배를 연상 시키는 인물이 있다.

게다가 이름도 영미다. 후배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 서는 골프계 안경 선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이영미 부회장을 만났다.

 

KLPGA 정규 투어 통산 3승과 JLPGA 투어 통산 8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영미 부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KLPGA 챔피언스(시니어) 투어에 합류해 통산 9승을 일궈냈다.
올해로 프로 데뷔 34년차인 그녀는 인터뷰 서두에 “남들이 너 정도 실력이면 될 거라고 해서 어렵지 않게 프로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7번 도전 끝에 프로가 됐다. 지금의 나였으면 7번이나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멋모르고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타고난 재능으로 쉽게 프로 선수가 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7전 8기의 정신을 갖췄고, 강해보이는 외모 뒤에 부드러운 감성이 감춰져 있었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우리나라에서 여자프로골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자, 그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과정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 케이스다. 고등학교 때 친구 아빠가 골프연습장을 하셔서, 친구 따라 엉겁결에 골프를 접하게 됐는데 친구보다는 나에게 소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프로가 스윙하는 모습을 보고 흉내를 잘 냈던 것 같다. (웃음)

 

부모님 몰래 골프를 했다. 친구 특혜(?)를 받아 골프를 배우게 됐는데, 뒤늦게 부모님이 아시게 된 후 갈등이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골프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해서 반대를 많이 하셨다. 나는 오히려 “유명한 골프선수가 되면 집안도 일으킬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때만 해도 어려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프로골퍼는 꿈도 못 꿨다. 큰소리는 쳤지만 자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프로로 데뷔했던 80년대만 해도 여자 프로골퍼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여자프로골프협회도 따로 없었다. 1985년에 KLPGA 프로가 됐는데 내 회원번호가 22번이었던 것만 봐도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여가시간을 이용해 주로 하는 일은 요리와 등산. 음식 만드는 걸 즐기며, 등산을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
여가시간을 이용해 주로 하는 일은 요리와 등산. 음식 만드는 걸 즐기며, 등산을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

 

구옥희 선배님의 영향이 컸다. 본격적으로 프로가 되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선배님 덕분이었다. 우리 다음 세대들의 롤모델이 박세리였다면 80년대에 데뷔한 프로들의 롤모델은 단연 구옥희 선배님이었다. 국내외에서의 선전으로 후배들이 프로골퍼를 꿈꿀 수 있게 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됐다. 구옥희 선배님은 말수도 적고, 표현도 잘 못하셔서 간혹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참 따뜻한 분이셨다. 초창기 일본에 진출한 여자 프로골퍼들이 타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녹록치 않았는데, 다방면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의 경우에도 일본에서 같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도움을 받았다. 당시 일본에 진출했던 선수들 중에 구 프로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프로골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를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50이 넘어서도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몸을 유지한 것을 보면 관리를 잘 해온 거 같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된다. 승부 근성도 좋은 작용을 한 것 같다. 물론 결혼을 안 해서 자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당시 1년에 38개 대회를 뛰면서 연애를 하기 힘들었다. 투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연애와 결혼을 하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다. 결혼에 골인한 친구들을 보면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간혹 남자 선수들은 독신이 거의 없는데, 여자 선수들은 독신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남자 선수들의 경우 부인이 내조를 잘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때만 해도 남편의 외조를 기대하긴 힘들었는데, 박인비 같은 후배 선수들을 보면 문화가 좀 바뀐 것 같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일본 투어 첫 우승이다. 1989년 기븐 레이디스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 5∼6차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첫 우승을 차지했다. 타국에서 거둔 우승이라 더 큰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다.
골프를 안했다면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다는 그녀는 “골프는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프로골퍼라는 좋은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심의영 프로. 프로 지망생 시절부터 만난 오랜 인연으로 그녀가 스윙에 대해 고민할 때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이자 친구이다. 

 

나의 일본 진출은 맥콜 때문이었다. 해외 무대 진출을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스폰서였던 일화의 제의로 일본 진출을 결심하게 됐다. 일화의 영업부장이 새로운 음료 ‘맥콜’을 일본 시장에 알리기 위해 프로골퍼를 스카우트 해서 프로모션 하길 원했고, 결국 나의 일본 진출로 이어졌다.
구옥희 프로님의 영향도 컸다. 선배님이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며 좋은 본보기를 보이셨기 때문에 해외 활동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챔피언스 투어 우승 후 승리의 V
챔피언스 투어 우승 후 승리의 V

 

챔피언스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2008년 처음 챔피언스 투어에 발을 들였을 때 보다 대회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2004년, 4개 대회로 시작해 꾸준히 성장해온 챔피언스 투어는 그동안 KLPGA 시니어 프로들을 위해 힘을 보태주신 후원사들과 많은 분들의 열정과 관심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특히 2017년 KLPGA 김상열 회장님이 KLPGA 투어 발전과 골프 저변 확대를 위해 호반건설 챔피언스 클래식(총상금 1억원 규모) 8개 대회를 신설한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을 발판으로 2019년에는 역대 최대 총상금 2억원 규모의 FX렌트배가 신설됐다.
챔피언스 투어 활성화와 세계로 뻗어가는 KLPGA 투어를 지향하며 챔피언스 투어의 규모를 키운 호반건설 측과 그 열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 FX렌트에 감사할 따름이다.

 

FX렌트 인비테이셔널 개최는 외국 선수들도 부러워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일본과 대만 선수도 초청선수로 오게 되는데, 대회 소식을 접한 후 무척 부러워했다. 일본이나 대만의 시니어 투어에선 이런 대회를 시작도 안했는데, 우리가 먼저 하면서 자극을 준 것 같다. 이 대회를 계기로 일본과 대만의 시니어 투어도 자극을 받아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KLPGA FX렌트 인비테이셔널 유치는 FX렌트 시니어 골프단 구민지 단장과 KLPGA 이영미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FX렌트 인비테이셔널 조인식
FX렌트 인비테이셔널 조인식

 

그녀는 2012년 이영귀 등 후배 프로들이 이사로 추천하면서 협회 일을 시작하게 됐다. “운동만 하던 사람이라 처음 협회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회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어색할 정도였다”며 웃는 그녀지만, 지금도 KLPGA 챔피언스 투어를 뛰는 선수로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2012년 이사로 합류하며 KLPGA 임원으로 일해 왔다. 과거 국내외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한·미·일 여자프로골프협회 운영에 관심이 많았다. 좋은 점을 발견하면 ‘국내 투어에도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면 선수들이 더 편하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을 했었다. 선수들이 운동하기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자 이사로 합류한 후 2016년부터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처세술 부족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공만 치다 협회 일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좀 오해를 사기도 했던 것 같다. 말주변도 별로 없고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진정성을 갖고 행동하니 골프와 선수들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 많이 전해진 것 같다.
현역 선수면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 일본, 미국 등 해외 무대에서 뛰며 국내 투어와 해외 투어의 차이점을 직접 느꼈다는 것,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 아닐까?

 

모든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나이차가 많이 나다보니 후배들을 보면 엄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고, 힘들게 시합하는 걸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표현력이 부족하다보니 살가운 선배로 느껴지진 않겠지만 따뜻한 속마음이 후배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새로운 대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대회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협회가 관리를 잘해야 하고 협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 좋은 선수들이 해외 투어를 경험하며 느낀 장점을 KLPGA 투어에 적용하면 국내 골프 발전에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회가 발전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행복하다. 그동안 협회 일을 해온 것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행복감이 느껴진다. 협회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이다.

 

후배 프로들에게 각자의 개성을 살린 플레이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후배들이 너무 대견하고 그들의 선배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번 시즌동안 선수들 모두 자신의 장점을 살린 플레이를 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Credit

김혜경 사진 김병윤

magazine@golf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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