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대중제 부상 ②
골프장 대중제 부상 ②
  • 남길우
  • 승인 2017.09.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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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장 운영행태 회원제 지고 대중제 부상  

대중화시대 편승해 대중골프장 주도로 전환

박세리의 선전이 골프계에 끼친 영향

무엇보다도 IMF체제에 빠진 이 땅의 침울한 사회 분위기를 갈아 치우고 뭐든 하면 된다는 긍정적 의지와 민족적 저력을 보여준 박세리의 선전은 골프에 있어서 대단한 기폭제가 됐다. 미국무대(LPGA투어)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중소기업자들이나 많은 자영업자들 그리고 대기업 중간 간부들까지도 골프에 입문하게 만들면서 이 땅에서 골프 붐이 일게 된다. 이어 김미현, 박지은 등의 한국 낭자들이 미국무대 진출로 한국인의 기개와 의지로 세계 골프무대를 장악하면서 더욱 한국 골프계는 기운을 받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 접한 한국의 새로운 정권들이 들어설 때마다 골프 권장정책 기대효과로 골프 붐은 활성화 조짐을 보였었다. 하지만 어떠한 정권도 골프를 권장하지 않았고, 골프를 순수 스포츠로 해방시키지 못했고, 정관재계 인사들의 정신적 해이감을 질타하는 동네북으로 삼아 결국 성장 동력인 골프산업 발전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스스로 막아 버리고 만 셈이다. 당시 국민들은 박세리의 선전에 ‘골프는 싫지만 박세리는 좋다’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급증하는 골프 인구로 수요공급이 무너진 한국골프산업은 부킹 비리나 청탁 등 온갖 부정적인 골프 문화를 창출하는 비리의 온상이 되면서 더욱 일반인들에게는 눈꼴사나운 장면이 연출됐고 대중들의 인식은 날로 나빠지기도 했다. 부족한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골프에도 시장 원리가 도입되면서 전국엔 숱한 골프장 건설 열기가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그런 결과 현재 전국적으로 500여개가 넘는 골프장이 운영되는 기현상이 도래하고 말았다. 골프장 과다 공급으로 증가세가 멈춘 골프 수요를 초과해버리게 됐고, 시장원칙에 벗어나면서 골프산업은 또 한 차례 휘청거렸다.   세계 경제 불황 여파에 궁여지책  그런데다가 세계 경제 불황의 여파가 불어닥쳤다. 여가부문 특히 골프장산업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 한 예로 세계 골프 2위권을 자랑하던 일본에서 잘나가던 골프장들이 부도가 나고 도산하면서 해외 자본가에게 값싸게 팔려나가는 고초를 겪기 시작하면서 우리 한국에도 그 여파가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탄력이 붙은 국내 골프장 건설은 세계적인 조류를 보고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만들어져 왔다. 그러다보니 골프장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모여 있는 골프시설이 늘고 회원제와 퍼블릭이 밀집해 있어 많이 몰리는 골프장과 손님이 뜸한 골프장이 마주 보고 있는 곳도 많다. 이런 와중에 골퍼들은 한 푼이라도 싼 골프장에 몰려들기 마련이다. 물론 재벌골퍼들보다는 대중들 실수요자 골퍼들이 많이 늘었다는 이유도 반증된다. 회원제 골프장도 경쟁에 들어가 그린피와 옵션 부분이나 이벤트요금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가격을 할인하면서 회원제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특히 퍼블릭 코스는 그린피 인하와 노캐디, 새벽이나 밤 라운드 등 하루 3, 4부제 운영을 하는 등 갖은 이벤트를 내놓는 등의 이점으로 실속파 골퍼들을 퍼블릭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경쟁력에서 회원제가 밀리는데다가 각종 중과세로 인해 설상가상으로 회원제는 경영악화를 겪게 되면서 회원제라는 메리트가 자꾸만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고품격을 유지하는 회원제는 회원들만 받아 들여 모기업에서 계속 지원을 하거나 아니면 각 회원들이 부족한 운영비를 출연하면서 유지할 수 있다. 아니면 회원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양해를 얻어 일반 비회원들을 받아서 그 부족분을 메우는 편법을 쓰는 게 우리 회원제들의 다양한 운영행태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시장 논리가 적용되는 자본주의에서는 맞지 않은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한 푼이라도 싼 코스를 찾는 알뜰골퍼들이 늘면서 회원제보다는 손쉽고 비교적 그린피가 싼 대중제로 발길을 옮기는 실속파 골퍼들이 대거 등장했다.

      
 

스크린골프 문화가 가져온 변화   너무 많아진 골프장들이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갖고 이 어려운 판국을 극복하려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한국에도 세계 경제 불황의 여파는 밀어닥쳤고 국내 경제 불황이 겹치면서 골프산업은 더욱 위축됐다. 특히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중산층들의 몰락으로 회원제에 가해지는 중압감이 크다. 더구나 정부정책이 골프를 권장산업으로 보지 않고 견제산업으로 보고 있는 실정에서 골프산업의 성장은 더뎠다. 다행히 한국인들의 놀이 취향과 공놀이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인해 골프의 열기는 줄어들지 않고 은퇴자들의 건강과 여가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 골프산업 몰락의 답습을 피해가게 만든 것이 한국의 스크린 골프방이었다. 지방 읍면 소재지까지 노래방처럼 번져간 스크린골프방은 새로운 골퍼들을 손쉽게 유입시키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한국의 골프 붐은 이렇게 어려운 골프산업의 상황에서도 그 어려움을 견뎌내는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스크린골프로 도락적인 비판도 있지만 골프는 일상으로 파고든 생활 스포츠화 되고 있다. 이런 실속파 골퍼들과 신 골퍼 층을 창출하는 스크린 골퍼들을 대중 골프장이 받아들이면서 한국 골프 인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본다.

      
신라CC

한국 골프 운영행태 주도권이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  이러한 점에 착안한 골프장업계는 자신의 뼈를 깎는 작업으로 변신해 간다. 그것이 회원제를 포기하고 대중제로의 변신카드를 내밀게 만든 것이다.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후속 장치에 힘입어 열악한 회원제 골프장은 하나둘 회원제를 포기하고 퍼블릭제로 이동해 가는 과도기에 들어섰다. 이 같은 변화는 회원권 반환 사태와 과다한 세금 문제 등에 휩싸인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회원들과 협의해 회원권 구입가격의 일정 금액을 환원해준다는 조건으로 몇몇 골프장은 사업주 측과 회원 간에 잘 협의가 되어 몇 년 경과기간을 정해 성공적으로 운영해가는 골프장이 있는가 하면 협의를 했지만 서로 틀어져 회원도 분양가를 날리고 사업주도 영업이 안 돼 도산에 직면한 곳도 더러 있다. 특이한 것은 회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골프장 사례도 있다. 하긴 과거엔 회원권을 분양한다는 것은 재테크로서의 메리트가 있었던 적이 있었지만 6.29선언 이후론 늘어난 골프장으로 인해 회원권 희소성이 떨어져 회원권 분양이 잘 안되어 억지로 호객행위를 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골프장이 추구하는 품위와 자격이 안 된 사람들도 대거 영입하면서 자기 골프장 품격도 떨어뜨렸다는 하소연도 많은 게 한국 골프장의 현주소다. 그렇다고 원래 대중제로 출발했거나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했다고 해서 모두 그린피가 월등히 싼 것은 아니다. 한 골프산업 전문가는 “대중 골프장이라고 그린피가 모두 싼 건 아니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비용을 더 낮춰야 한다.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하는 과도한 재산세, 개별소비세 등을 줄인다면 더욱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대중제라고 해서 만사형통은 아니다. 분명 대중골프문화 정립을 위해서라도 대중제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있다. 한국사회는 골프 문화면에서 아직도 골프를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인식하는 흐름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하다. 골프가 보통사람들,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여자골퍼들을 중심으로 골프가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에도 상당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대중적인 이미지가 좀처럼 바꿔지지 않고 있는 것이 한국골프의 현주소다.대중제 골프장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비싸게 인식되는 그린피, 골프장내 매장의 비싼 요금 등이 이런 인식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부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보다도 그린피가 비싸, 무늬만 대중제라는 불만도 있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에 비해 일반세율에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이런 혜택은 골프 대중화를 하라고 주는 것이다.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는 해당 지역의 골프장 평균 그린피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 혜택을 받는 만큼 이름에 걸맞게 골프 대중화를 위한 의무도 수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수 절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주는 혜택이 골프장의 과대한 소득으로 연결되면 안 된다. 골프를 즐기는 실질 골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골프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을 쇄신할 수 있다. 시대적 상황이 플레이어들을 회원제보다는 대중제로 대거 흡입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 골프장의 편법 문제는 골프 대중화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써닝포인트CC

골프장 수도 앞섰고 골프장 이용인구에서도 대중제가 추월 향후 대중제와 대중제 간의 그린피 경쟁도 예고되고 있는 이 땅의 골프지표는 지난해 대중 골프장 내장객이 처음으로 회원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대중 골프장 내장객은 1966만 명으로 집계돼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 1706만 명보다 260만 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내장객 3672만 명 가운데 53.5%를 대중 골프장이 차지했다. 지난 2006년 대중 골프장 내장객은 614만 명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135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골프장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대중제 골프장 수도 2015년 265개에서 지난해 290개로 늘어났지만, 회원제는 같은 기간 218개에서 196개로 줄었다. 이는 대중제로 전환한 회원제 골프장은 66개소나 됐지만 새롭게 문을 연 회원제 골프장은 2011년 13.5개소에서 2014년 1개소로 줄더니 2015년 이후에는 자취를 감췄다. 회원제 골프장 매출 비중은 2011년 69.1%에서 지난해 50.9%로 하락했다. 대중 골프장 비중은 같은 기간에 28.3%에서 46.7%로 급증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국내 골프장산업 매출액은 골프장수 증가에도 입장료 하락과 이용객수 정체 등으로 올해 이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중제와 회원제 골프장의 매출 비중은 올해 대중제가 회원제를 추월하고 향후 3~4년 내에는 6대 4로 역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는 지난해 국내 골프장 265곳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12.1%로 2015년보다 0.8%포인트 늘었다고 발표했다.


글 정노천(골프컬럼니스트)사진 골프저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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