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WAY]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그 위엄을 느끼다
[TOUR WAY]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그 위엄을 느끼다
  • 이동훈
  • 승인 2018.12.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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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 권위 메이저 대회

 

[골프저널] 무려 45년간 열린 JGTO(일본골프투어)의 ‘International Tour’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는 아직 한국 선수의 우승이 없는 대회이다. 한국 선수의 첫 우승을 보기 위해 갤러리의 마음으로 일본 메이저 대회를 쫓았다.

 

미야자키로

 

미야자키 공항의 축제 분위기

후쿠오카에서 미야자키로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니, 아주 작은 비행기가 나를 반겼다. 단 70명만이 탈 수 있는 사이즈로 처음 타보는 비행기라 비행의 느낌이 새로웠다. 미야자키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으러 내려가는 길에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Welcome Miyazaki, Golfer`s Heaven’ 이곳이 “골퍼의 천국이라고?” 혼자 되뇌이며 계단을 내려간 순간 온몸으로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를 맞이할 수 있었다.전 대회의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의 사진부터, 지금까지 우승한 44인의 우승자까지 미야자키는 그야말로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로 축제 그 자체였다. 피켓을 들고 있는 노신사와 미야자키 고유의 그레이캡이 나를 반긴다. 그레이캡은 영국의 택시인 블랙캡과 같은 모양을 한 미야자키만의 유니크한 택시다. 가는 길에 바라본 미야자키는 한적함 그 자체였지만, 대회장으로 가는 순간순간의 모습들은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도착

 

44인의 우승자
드라이빙 레인지 송영한과 류현우

이곳에 처음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풀고 커튼을 확 열어보니 내 눈앞에 미야자키의 바다와 골프장과 평생 본 소나무의 수보다 많은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365일 푸른 잔디와 미야자키의 해풍 그리고 소나무의 조화까지.... 굽이진 소나무를 보고, ‘아 이 대회 쉽지 않구나’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호텔에서 나와 드라이빙 레인지를 바로 찾았다. 늦은 시간에도 연습하는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드라이빙 레인지 시설도 매우 잘 되어있고, 특히나 셔틀이 곳곳에서 대기 중이어서 딜레이 없이 선수들이 대회에 100% 신경을 쓰게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선수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피닉스컨트리클럽으로 향했다. 대회장인 이곳은 올해 파71에 7,027야드로 대회가 세팅됐다. 셔틀에서 내려 삼엄한 경비를 지나 오른쪽을 돌아보니,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클럽하우스 인테리어 그 자체가 됐다. 일본의 메이저인 이 대회는 일본인 우승자가 단 11명으로 마쓰야마 히데키와, 일본의 전설 점보 오자키를 포함한다. 그 외의 선수는 모두 타국의 선수다. 타이거 우즈, 톰 왓슨, 세베 바예스테로스, 허버트 그린, 어니 엘스, 데이비드 듀발, 패드리그 해링턴, 루크 도널드, 이안 폴터, 브룩스 켑카 등 PGA 투어의 유명 선수들이 이름을 올린 대회로 International Tour라는 이름에 적합하게 느껴졌다.  

트로피를 향한 명분이 대회에 가장 큰 관심은 45년의 역사동안 한국 선수의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는 부분이다. 총 84인이 참가한 이번 대회의 한국 선수는 16명으로 약 19%의 선수가 한국 선수이기에 우승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게다가 이번 2018년 한국과 아시안 투어에서 맹활약 중이고, ‘KPGA 코리안 투어 상금왕’이 결정된 박상현의 대회 참가와 ‘더 크라운’ 우승자 양용은,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자신의 스윙으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최호성’까지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들의 대거 참가로 이번 대회의 트로피를 처음으로 한국에 빼앗기는지가 그들의 관심사고, 한국 선수들의 우승은 우리의 소망이었다.클럽하우스에 걸려있는 우승자들의 모습과 지금까지 역사를 보고 코스에 들어서자 거대한 소나무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큰 분재를 수집하는 수집가의 정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스의 이미지와 이곳에 대한 정취를 느끼게 만들기 위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고심하며 코스를 설계한 흔적과 대회장에 대한 명성을 고수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대회의 시작

 

18번 홀로 걸어가는 장동규와 캐디

피닉스컨트리클럽은 벤트그라스의 잔디로 이루어진 소나무의 광활한 숲이라 봐도 무방하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경계가 모두 소나무인데, 곧은 소나무가 아닌 휘어진 소나무여서 선수들이 샷을 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최호성 역시 후반에 소나무 숲에 한 번 들어갔다가 쉽게 나오지 못했으나 어려운 퍼트를 잡으며 보기로 막는 모습을 보였다. 시작부터 많은 한국 선수들이 선두에 오르며, 첫 트로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둘째날, 마지막 조 티오프부터 정말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선수는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다. 그는 어니 엘스(남아공)가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캡틴으로 선정되며, 차출에 대한 의지를 보인 어니 엘스의 ‘황태자’다. 비에 아주 강한 모습을 보이며, 8언더파로 2015년(PGA 투어 프라이스닷컴)이후 3년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추격

 

박상현을 응원하는 한국 갤러리들

무빙데이 아침이 밝았고, 한국 선수들의 추격이 이어졌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를 하기 위해 루틴에 집중하고 있었다. 박상현, 류현우, 장동규 등 우승권에 많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추격을 시작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박상현.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GS칼텍스 매경오픈’과 ‘신한동해오픈’을 우승하고, ‘코오롱 한국오픈’에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임하고 있었다. 크게 점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차곡차곡 버디를 적립하는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3라운드 ‘무빙데이’ 초반에 보기를 기록하며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박상현은 후반전에 이글을 기록하며 4언더파를 추가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무빙데이 결과 박상현과 류현우가 점수를 소폭 줄이며 4등과 5등에 올랐다. 한편 호리가와 미쿠무가 6언더파를 내리 줄이며, 12언더파 선두로 올라서며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고 브렌던 존스와 에밀리아노 그리요, 브룩스 켑카 역시, 상위권에 오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손 끝까지 닿았던 아쉬움

 

퍼팅그린의 박상현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드레이빙 레인지와 퍼팅 그린에서의 박상현과 캐디 옷의 태극기만 보아도 든든함이 느껴졌다. 한국에서 응원을 위해 많은 갤러리가 박상현과 류현우 그리고 에밀리아노 그리요 조와 함께 움직였다. 브룩스 켑카가 있는 조에 많은 일본 갤러리가 따라다니며 반대로 조용하게 경기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1번홀의 시작은 쾌조의 스타트. 박상현과 류현우 모두 깔끔하게 버디를 잡으며 순위권으로 단숨에 올라갔다. 관계자들과 인사도 하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박상현의 모습에서 이 대회45번째 우승자가 한국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전반 9홀에서만 5개의 버디를 잡자. 박상현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때까지만해도 박상현의 우승을 점쳤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고, 바로 어제인 3라운드 후반전에만 4타를 줄인 박상현이기에 전반전의 5개의 버디는 그대로 우승으로 가는 길목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때 한 선수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JGTO에서 1승만 갖고 있던 이시하라 코다이. 무서운 경기력으로 이글을 포함해 점수를 줄이며 박상현을 압박해왔다. 그리고, 10번홀 12번홀 보기가 박상현의 발목을 잡았다. 순위가 점점 밀리고 이시하라 코다이는 점점 버디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시하라 코다이 우승

이시하라 코다이는 이날만 8언더파를 치며 자신 최고 점수와 타이를 기록했고, 박상현은 17번홀 파3 티오프한 샷이 해저드에 빠지며 우승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후반 9홀에서 아쉬운 2오버파. 손 끝에 닿았던 트로피는 이시하라 코다이의 손에 들어갔다. 그의 2번째 우승이다. 한국은 이 대회 트로피를 가져가는 것을 다음으로 또 미뤄야 했다. 굽이진 소나무 숲에서 클럽하우스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며, ‘아마 이번이 가장 좋은 우승 기회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너먼트의 우승자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의 승리자다. 그리고, 하늘이 그 뜻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일본의 전설 점보 오자키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승은 운칠기삼이다” 그의 이야기를 그가 3년 연속 우승한 이 대회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 운이 한국 선수에게 오기를 기원해본다.

 

 

Credit

글 이동훈 사진 이동훈

magazine@golf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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