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WAY] 영웅본색(英雄本色), 혼마홍콩오픈
[TOUR WAY] 영웅본색(英雄本色), 혼마홍콩오픈
  • 이동훈
  • 승인 2018.12.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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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저널] 1959년생 ‘제60회 혼마홍콩오픈’ 대회장으로 영웅들의 서사시를 목격하기 위해 Tour Way를 떠났다.

 

홍콩 누와르

 

홍콩으로 날아갔다. 오전 6시 30분 비행기로 아주 이른 시간 출발하는 비행기임에도 사람이 붐볐다. 수속을 밟고 기다리는 곳에서 본 홍콩에어라인의 비행기는 아주 작고 아담한 크기였다. 이 작은 비행기에 의지하며, 홍콩국제공항까지 3시간여를 날아 기장의 작별인사와 함께 목적지에 도착했다. 홍콩은 처음이고 모든 것이 새로웠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라는 주최 측의 이야기에 빨간 택시를 타러 갔다. 빨간 택시는 홍콩 누와르 영화에 자주 나오는 색의 택시로 홍콩 전역의 모든 곳으로 갈 수 있는 광역 택시다. 택시를 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은 어릴 때 홍콩 누와르 영화에서 자주 보던 도시의 풍경과, 내가 상상하던 홍콩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했다. 사람들 그리고, 이른 아침이라 켜져 있지 않은 네온사인, 택시에서 흘러나오는 홍콩의 구슬픈 가요까지…. 어디선가 유덕화와 장국영, 주윤발이 활약하고 있을 것 같은 두근거리는 곳에 도착했다.

 

영웅과의 조우

 

홍콩의 맛을 느끼고 있는 “Beef”

호텔에 짐을 풀고, 로비의 공지사항 보드에서 선수들의 티타임을 확인했다. 내일 오전 바람이 심할 것이라 예상되는 기상예보를 보고 걱정이 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는 장이근, 박상현, 김기환, 왕정훈과 첫 데뷔하는 박효원까지 총 5명이 전부였다. 그 중 가장 이른 시간인 7시 10분 플레이를 시작하는 박상현은 존 캣린(미국)과 한 조. 그 외에도 유러피언 투어의 대회라 그런지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포진됐다. 매튜 피츠패트릭(영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슈방카 샤르마(인도), 타미 플릿우드(영국), 라파 카브레라 벨로(스페인), 패트릭 리드(미국), 앤드루 존스톤(미국) 등 홍콩에 온 영웅들의 티타임을 확인했다. 티타임 확인 중에 타미 플릿우드가 내 옆에 와서 함께 확인하면서 조 편성 이야기를 했다. “난 11시 30분이라서 괜찮은데 아침 조 선수들은 힘들 것 같아”라고 언급한 후 “다음 버스 10시에 있는데 탈 거야?”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Okay”라 대답하고 함께 버스에 올랐다. 안면이 있던 선수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붙임성이 매우 좋았다. 마치 주윤발이 ‘같이 담배 피자’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이곳에서 받았다. 함께 버스를 타고 홍콩골프클럽까지 가는 길은 40여분이 걸렸다. 가는 길에 여러 이야기를 했다. 꽤 먼 셔틀을 타고 매일 선수들과 이야기하면서 갈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즐거웠다. 프로암에 참가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내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물으니 하나 같이 “우승을 원한다”는 포부가 가득 차 있었다.

 

전쟁의 시작

 

박상현의 스윙에 매료되어있는 유럽 갤러리들
홍콩오픈 우승자 사진을 붙이고 있는 마퀴텐트

영웅들을 맞이하는 대회장 홍콩골프클럽은 외관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방문객을 위한 갤러리 플라자 역시 사람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서비스 하는 등 땅이 부족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홍콩의 지금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런 작고 아담한 전쟁터에 선수들이 하나 둘 도착했고, 바로 드라이빙 레인지로 향했다. 드라이빙 레인지는 17번홀 티박스 근처에 있어서, 선수들이 티샷이나 홀 아웃 할 때는 까치발로 걸어 다녀야 했다. 그리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는 연습에 몰두 중인 박상현을 만났다. 바람에 휘청거려 위태로워 보였지만, 박상현의 스윙 폼을 보기 위해 온 외국 갤러리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1번홀 티샷하는 장이근
1번홀 티샷을 준비하는 김기환

홍콩골프클럽(파70, 6,710야드)은 티오프 시 좁은 페어웨이와 잘 보이지 않는 시야로 많은 선수가 난색을 표하는 골프장이기도 하다. 특히나 1번홀의 위치가 클럽하우스와 퍼팅그린, 갤러리 플라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티샷 시 소음은 어쩔 수 없는 기본 옵션으로 작용했다. 자원봉사자(마샬)의 교육이 아주 아쉬웠다. 특히 수 많은 운영 카트를 타고 다니는 마샬들은 선수들의 스윙을 방해하기 일쑤였고, 박상현이 티를 꼽고 스윙을 할 때 바로 뒤에서 걸어 다니는 마샬로 인해 1번홀부터 좋지 않은 스타트를 했다. 찍은 영상을 마샬 치프에서 보여주니 기겁을 할 정도였다.

왜!? 한국 선수 페널티1라운드 바람의 영향으로 많은 선수들이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했다. 2라운드에 접어들어서 유러피언 투어에 갓 데뷔한 박효원이 갑자기 많은 버디를 잡아내더니 단 2라운드 한 라운드에 8언더파를 몰아치며 노보기 플레이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컷오프 라인이 1오버파로 설정된 상태에서 1라운드 오전에 거센 바람으로 경기에 난항을 겪었던 박상현이 아쉽게 한 타가 모자란 상태에서 경기를 종료했고 2오버파를 기록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호텔에 돌아와 박상현의 상태를 확인하니 DQ(Disqualify)로 실격이 됐다. 그 당시는 오후의 시간이라 아시안 투어와 유러피언 투어 모두 확실한 대답을 주지 못했고, 컷 탈락을 확정 지은 박상현은 오히려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다음 날 아침 유러피언 투어의 총 룰 오피셜을 만났다. 그는 TV중계 타워(아시바)가 설치된 곳에 박상현의 공이 떨어졌고 드롭을 하는 과정에서 ‘라이의 개선’을 하다가 룰을 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위원이 벌타에 대한 부분을 고지했으나 박상현이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때 벌타 부분을 기재하지 않아서 스코어카드 오류로 실격이 됐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의 불행은 이 이야기로 끝이 났다면 좋았겠지만, 그 다음 날 3라운드 선두를 달리던 박효원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에 2벌타 페널티가 부과됐다. 사유는 역시 라이의 개선으로 ‘살아있는 식물’을 개선했다는 이유로 2벌타를 줬고, 벌타의 사실을 몰랐기에 실격 처리는 하지 않았다. 박효원은 마지막 날 우승을 위한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로 시작했다. 룰 오피셜의 이야기는 일리가 있지만, 왜 한국 선수들에 대한 벌타를 엄격하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문제의 소지가 충분했다.  

중요한 순간에 내리는 비과연 여기가 홍콩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마지막 4라운드에는 비가 내렸다. 셔틀버스에서 내려서 홍콩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똑딱 똑딱 똑딱’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언제 건너갈 수 있을지를 알리는 소리로 중국 택시의 미터기와 함께 그 국가의 청각을 즐겁게 하는 소리로 나에게 다가왔다. 똑딱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건너자 마자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회장 출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했고, 대회장의 프로샵에서는 우산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날씨는 거의 한국의 가을 날씨까지 떨어졌다. 홍콩의 누와르 액션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내리던 비가 생각났다. 영웅본색의 한 장면일까?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큰 두각을 보이지 않았던 매튜 피츠패트릭, 타미 플릿우드, 세르히오 가르시아, 라파 카브레라 벨로 등 걸출한 스타들이 마지막 날 ‘중요한 순간의 비’와 함께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매튜 피츠패트릭을 따라 이어폰을 끼고 영웅본색의 OST 장국영의 ‘당년정’을 틀고 비 오는 홍콩골프클럽을 걸었다. 매튜의 샷은 하나하나 정확하고 완벽했다. 애론 라이(영국)가 좋지 못한 컨디션을 보이며 큰 점수를 줄이지 못했을 때, 매튜의 눈은 그야말로 광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주윤발이 현찰로 불을 붙여서 담배를 태우는 모습과 같이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서사시가 끝나고

 

홍콩오픈 우승자 애론 라이

박승철 디자이너의 아들로 ‘가위손의 아들’이자, KPGA 제네시스 대상 ‘이형준’의 잔류 선언으로 유러피언 투어 시드를 넘겨받은 그 마음까지. 박효원의 유러피언 투어 데뷔 첫 우승을 간절히 염원했던 나는 이번 TourWay에서 박효원을 참 많이 따라다녔다. 2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박효원의 캐디를 맡은 사람이 고석완(캐나다)의 첫 KPGA 우승을 일구어 낸 캐디인 여채현인줄도 모르고, 그녀에게 본인이 누구인지 묻기도 했다. KLPGA 소속 프로로 지금은 캐디로 전향해 ‘킹 메이커(King Maker)’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그녀는 실제 스코어카드 접수처 근처의 홍콩 갤러리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고, 캐디가 사인하는 진풍경을 보기도 했다.경기는 애론 라이(영국)가 우승했다. 상위 10위권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유러피언 투어의 선수들로 구성됐고,애론 라이는 자신의 첫 유러피언 투어 트로피를 이곳에서 획득했다. 해외에서 하는 대회는 다 저마다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 장대비에 아주 중요한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던, ‘누와르’ 홍콩오픈은 끝이 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들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20위권의 성적으로 경기가 종료됐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 대회의 스폰서인 혼마의 리우 회장을 만나 왜 이런 대회를 개최하는지에 관해 물으니 그가 준 대답은 오히려 간단했다. “난 골프를 좋아한다. Green, Oxyen, Light, Freedom이 골프의 뜻이라 생각한다. 아주 좋은 코스에서 맑은 공기에 밝고 화창하게, 자유를 만끽하는 곳! 이곳에서 역사적인 대회를 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것을 즐기듯이 한다. 이 대회도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즐겼으면 한다”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러 호텔을 나섰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타고 가는 길에 창을 통해 바라본 비 내리는 홍콩은 수 많은 네온사인으로 아름다웠다. 시작과 끝이 모두 누와르였던, 홍콩오픈은 나의 투어웨이에 진한 향수를 남겼다.

 

 

Credit

글 이동훈 사진 이동훈

magazine@golf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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