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레이더] 중국, 용이 온다
[GJ레이더] 중국, 용이 온다
  • 이동훈
  • 승인 2018.07.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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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저널=이동훈 기자, 사진=ShutterStock, KLPGA, Asian Tour, LET] 아시아를 포함 전 세계 투어에서 중국 골프 선수들이 하나 둘 두각을 보이며, 큰 대회들이 중국에서 열리고 있다. 역사를 자랑하는 볼보 차이나 오픈을 포함, 7월 열리는 KLPGA 아시아나항공 오픈까지 중국에서 크고 작은 대회들이 열리고, 또 창설된다. 아직 용의 날개가 묶여있지만, 언젠가 날개를 활짝 편다면 그 그림자가 세계를 뒤덮을지도 모른다.

펑샨샨, “이제 외롭지 않다”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현재까지 두 명이다. 근래까지 세계랭킹 1위를 달렸던 펑샨샨(Feng Shan Shan)이 중국 골프 선두주자다.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난 그녀는 올해 1989년생으로 한국 나이 30살이다. 2008년 LPGA 투어에 입회한 펑샨샨은 2012년까지 4년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며, 투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LPGA 투어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 중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선수는 많다. 하지만, 펑샨샨은 잊혀진 선수가 되지 않고, 2012년 웨그먼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둔다. 당시 LPGA 투어의 상황은 대만의 청야니와 한국 선수 그리고 미국 선수가 삼분하여 트로피를 나누어 가지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대만의 청야니가 우승을 많이 했지만 중국인의 우승은 없던 상황, 그때 펑샨샨이 뉴욕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6언더파 282타의 기록으로 LPGA 투어 첫 우승을 거둔다.펑샨샨이 우승을 한 그때쯤, 처음 투어를 준비하는 또 다른 중국인이 나타났다. 바로 리 하오통(Li Haotong)이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한 리 하오통은 시드가 없는 PGA 투어가 아닌, 유러피언 투어와 웹닷컴투어 그리고, PGA 투어 차이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난 리 하오통은 1995년생으로 올해 나이 24살이다. 펑샨샨처럼 많은 우승을 하진 않았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는 2014년 PGA 투어 차이나에서 3승을 기록한다. 그리고, 또다시 잠잠하다가 2015년 태국의 키라덱 아피반랏과의 연장 승부에서 아쉽게 패배한 이후 2016년 중국을 대표하는 대회인 볼보 차이나 오픈에서 22언더파 266타를 기록하며 3타차 우승을 차지한다. 2017년 태초의 메이저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깜짝 3위를 기록한 리 하오통은, 올해 1월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의 남자 로리 맥길로이를 한 타 차로 누르고,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하며 트로피의 영예를 안았다. 

꿈틀대는 ‘골프맨들’

 

하지만 이 두 선수만이 중국의 현재와 미래가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수이자 BIG 3(R.I.P_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인 검은 기사(Black Knight) 게리 플레이어가 중국에 대한 코멘트를 PGA 투어 칼럼을 통해 이야기했다. 게리 플레이어는 “중국에서 뛰어난 선수가 나올 것이며, 그 이유는 동기 부여에 있다”고 대륙의 인재들에 대해 코멘트를 남겼다.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2013년 AAC(아시아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선수가 PGA 투어의 대표적인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초대됐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의 마스터스 방문은 많은 선수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대회의 이미지와 대회의 격식 때문이다. 그래서 AAC의 우승자의 방문을 게리 플레이어 역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당시 초대된 선수는 바로 중국의 관텐랑이다. 게리 플레이어는 이 선수를 보고 “이 선수가 출전하면, 적응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을 것 같아서 반대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관텐랑은 숭고한 마스터스의 역사를 한 번에 뒤집어 놨다. 최연소(14살)로 예선을 통과했을 뿐 아니라, 대회 종료 후 아마추어 최우수 선수상(12오버파 300타)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유리알 그린인 마스터스에서 3퍼트를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72홀에서 108개의 퍼팅을 했는데, 이 기록은 숏게임의 신 필 미켈슨의 퍼트 수 보다 14개나 적은 숫자였다.뿐만 아니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두저청과 장신준 모두 PGA 3부 투어 격인 차이나 투어 출신이다. 이 투어에서 상금 랭킹 5위안에 들어 지난해 웹닷컴 투어에서 뛸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이들은 성적을 통해 현재 1부 투어인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이다. 이 선수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린유신 역시 AAC에서 우승하며, 이들의 절차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축구…

문제는 중국의 주석인 시진핑이 축구의 열성팬이고 골프를 반사회적 스포츠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3가지 소원이 있는데 바로 ‘월드컵 본선 진출, 중국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이 소원들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단순한 스포츠 팬이 아닌, 정부의 정책화 되어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TV 방송사에서는 중국의 축구 열풍에 관해 설명했다.중국에서는 이 정책의 시발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축구학교를 건설했다. 바로 광저우에 위치한 에버그란데 축구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유명 프로 선수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의 코치를 채용, 전체 면적에 50개의 축구장을 지어 최상의 시설로 월드컵의 한(恨)을 풀어 보겠다는 것이 시진핑의 노력이다.그래서 중국의 매체에서는 펑샨샨과 리 하오통 등 유명 골프 선수에 대한 방송을 접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중국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공산주의 정권을 세운 마오쩌둥도 1949년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골프를 ‘녹색 아편’이라는 말에 빗대어 표현할 정도로 국가적으로 최악의 이미지였다가 31년 뒤인 1980년에 덩샤오핑에 의해 해제됐다. 그만큼 지금의 중국 정부는 골프를 반기지 않는다. 골프는 그저 이들에게 돈이 많은 부자의 스포츠이자, 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주의 사상과 반대되는 스포츠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가장 큰 딜레마다. 그래서, 골프보다 축구! 그게 바로 중국 정부의 답이다. 

이젠 시간 문제인 용의 승천

중국이라는 용이 세계 골프 투어에 왔지만, 그 날개를 중국 정부에서 펼치지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의 유명 선수인 청야니가 대만의 국기를 앞세워 세계 랭킹 1위를 고수하던 그때, 우승하기 시작한 펑샨샨이 세계 랭킹 1위가 되었을 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만약 축구였다면 그 이슈가 배가되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이 펑샨샨을 제대로 알기 시작한 건,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을 때다. 펑샨샨이 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를 우승한지 4년 뒤에야 이름 정도 알려지는 것이 가능했다. 여의주는 물었지만 날지 못하는 중국 골프 선수들이 지금 이 정도로 세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사실 축구의 확률보다 골프 발전의 확률이 훨씬 크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구 유소년 대표 팀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AAC에서는 수많은 중국 인재들이 꿈틀거리며 다시 한 번 메이저 대회로의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펑샨샨은 골프 대사라 할 정도로 중국 내 골프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례로 중국에서 열린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축하하는 행사에서 시진핑이 악수를 청하자 펑샨샨은 “주석님 멋지세요”라고 이야기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던 시진핑이 환한 미소로 다시 한번 악수를 청하는 장면이 중국 전역에 방송됐다.당시 이 장면은 중국 골프의 수난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다. 펑샨샨 역시 중국 골프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2012년 우승한 메이저 트로피가 아닌 올림픽 메달이 그 답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녀는 “메이저 트로피보다, 올림픽이 중국에서의 골프 입지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나는 실험용 쥐다”라는 표현을 자주 쓸 정도로 중국 내 이미지 변화를 노리고 있다. 그녀가 시진핑과 한 번 더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은 그 모습이 용에게 채운 사슬이 하나씩 벗겨지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펑샨샨의 노력과 또 다른 스타의 탄생으로 중국 골프의 이미지가 바뀐다면 언젠가 날개를 펴지 못하게 잡고 있던 사슬이 끊어지며 용이 날개를 펼 때, 그 그림자가 이 세계를 뒤덮을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대학교수는 “한국의 유소년 골퍼의 수가 줄었다”며 “중국의 성장과 반비례하는 한국의 후퇴가 앞으로 10년을 좌우한다”고 이야기한다. 용이 날개를 펼칠 때 그늘에 있을지, 아니면 그 용과 싸울 지가 앞으로의 당면 과제이자 대한민국 골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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